한한국이 전남 화순군 청풍면 어리 568번지에서 태어났을 때 유명한 풍수지관이 찾아왔다.

네가 한국이냐? 과연 한국이답게 생겼구나!”

집을 한 바퀴 둘러보던 그가 말했다.

이 집은 좌청룡(左靑龍) 우백호(右白虎)의 명당으로 큰 인물이 날 터요. 한데 세 사람이 죽어 나가야 한국이 이름이 빛날 거외다.”

풍수지관의 불길한 예언대로 한국의 둘째형은 네 살 때 죽었고, 그 후에 아버지까지 갑작스런 병환으로 돌아가셨으며, 큰형도 35세 때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한한국의 어머니는 효부상을 받을 만큼 효성이 지극한 며느리였다. 어머니의 고향은 멀지 않은 화순군 동산이란 곳이었는데 당시 내로라하는 부잣집의 외동딸이었으나 글을 배우지는 못했다. 반면 아버지는 가난했어도 일찍 글을 배워서 향교에서 제사를 지낼 때에는 제관 중에 헌관(獻官)을 지내기도 했다. 그런 아버지가 날마다 어머니네를 찾아가서 딸을 달라고 조르고 또 졸라 어렵게 성사된 결혼이었다고 한다.

한한국이 막 태어났을 때였다.

보소, 요놈은 막내니께 내가 아는 성명학을 하는 사람한테 부탁혀서 아주 좋은 이름으루다 지어야겄소.”

한한국의 아버지는 전라도에서 유명한 고수여서 주변에 한다하는 명창과 풍수지리 성명학에 도통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아버지는 말만 그리 해놓고 하루하루 이름 짓는 일을 미루었다.

어느 날 아침, 면사무소에서 호적계를 보는 친척 아저씨가 찾아와 어머니를 독촉했다.

아짐, 막내아들 이름 안 지으면 벌금을 문당께요!”

어쩠거라우, 광섭이 아부지가 작명꾼하테 부탁했담시로 기둘러달라는디.”

안 되어라! 오늘까지 호적에 안 올리면 벌금이랑께요.”

하이고, 광섭 아부지가 와야 쓰는디. 내 맘대루 워찌 애 이름을 짓는다요?”

아버지는 명창을 따라 한번 집을 나가면 열흘도 상관없고 한 달도 좋은 양반이었다. 하얀 중절모에 양복에 백구두까지 신고 북을 어깨에 맨 채, “임자, 나 뽕따러 가네!” 소리치며 사립문을 나가면 그만이어서 어머니가 평생 농사를 도맡아 짓다시피 했던 것이다.

아짐, 지각허겄어라우. 그냥 아짐이 이름 지으소!”

면서기를 보는 친척 아저씨가 재차 독촉을 하자 어머니가 그에게 물었다.

아재, 이 나라 이름이 뭐다요?”

사실 어머니는 우리나라 이름도 잘 모르고 있었다.

그야 한국이지라!”

그럼 한국으로 하지라!”

한국이오? 성이 한가인데 그럼 한국으로 할까요, 한한국으로 할까요?”

이름이 한국잉께 한한국이지라우.

한한국이은집 공저

▲ ●작품명: 함께 ●제작년도: 2008년 ●작품크기: 가로 1m20㎝×세로 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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