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 억대도박 의혹 폭로한 장주스님 종단 안팎서 압박 수위 높여

▲ 지난 19일 SBS 시사프로그램 ‘궁금한 이야기 Y’ 제작팀은 최근 장주스님이 폭로한 조계종 최고위층 승려들의 억대도박 의혹 사건을 영상에 담아 내보냈다. 이에 조계종은 유감 표명과 함께 방송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미지 출처: SBS 영상 캡처)

승려들 억대도박 의혹 자승·종단 이미지 ‘추락’
방송 내보낸 제작팀에 “명예훼손 책임” 으름장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계종 최고위층 승려들의 억대도박 의혹 사태가 검찰 수사에 이어 공중파를 타면서 파문이 사회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불교계 이미지 추락에 한 몫을 차지했던 지난해 백양사 도박 사태보다 더 큰 후폭풍이 예상된다. 조계종은 즉각 강한 유감성명을 발표하며 방송사를 상대로 법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조계종은 앞서 억대도박 의혹을 폭로한 장주스님(중앙종회 전 수석부의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사법당국에 고발해 이번 사태가 진실공방을 넘어 법적다툼으로 휘말리고 있다.

지난 19일 SBS TV 시사프로그램 ‘궁금한 이야기 Y’ 제작팀은 ‘자장암을 찾아온 불청객, 그들은 왜 주지를 내쫓았나’ 편을 방영했다. 조계종 불국사 측에서 자장암 주지를 쫓아내고 사찰을 접수한 이번 사건은 장주스님 폭로의 단초가 됐다.

지난달 25일 불국사 국장급 스님과 용역 등 17명은 통보도 없이 갑자기 사찰에 들어와 주지 스님이 바뀌었다면서 곧바로 자장암을 접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오어사 산내 암자인 자장암 전 주지 적광스님은 방송 인터뷰에서 “주지임명 때문에 왔다면서 왜 17명이나 왔냐고 물으니 취임 축하하러 왔다고 하더라”면서 이는 전형적인 조폭수법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사건의 본론으로 들어가면서 충격적인 내용이 쏟아진다.

◆“눈엣가시 장주스님 정리하고자”
조계종 총무원 소속 호법부(감찰기관) 직원이 전화를 걸어 적광스님을 협박하는 발언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장주스님(오어사 전 주지)을 정리하려는 거지. 스님 때문이 아니에요 불국사서 장주스님 정리하려고 하잖아. 눈엣가시처럼 받아들이잖아요. 우리는 스님(적광스님)을 잡으려는 게 아니야…. 뭐 중노롯하기엔 곤란할 수가 있어요”라는 호법부 직원의 협박 전화를 받은 적광스님은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고 이후 “자장암을 강제 접수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며칠이 안 돼 장주스님은 7월 초 포함시청 기자실에서 조계종 최고위층 승려들의 억대도박 의혹을 폭로했다. 스님은 자신도 억대도박을 한 파계승이라면서 도박 연루자 16명의 실명을 공개하는 폭탄발언을 쏟아냈다. 또 스님은 검찰에 이들의 수사를 촉구하는 자수서를 제출했다고 밝혀 종단에 충격을 안겼다.

장주스님이 폭로한 16명은 조계종 현 집행부의 실권을 가지고 있는 최고위층 승려들이다. 스님은 “이들은 집단 도박범이다. 최소한 판돈이 억대가 넘고, 대기조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어 “거기(장학재단) 와서 놀려면 최소한 1천만 원이 있어야 한다. 돈 떨어진 사람은 빌린다. 장학재단 금고에서 돈을 빌려준다”고 도박승 행태를 고발했다.

이뿐 아니라 미국, 마카오 등을 돌며 해외원정도박을 즐긴 불교계 인사들도 있다고 밝혀 조계종 비리가 심각함을 알렸다.

이날 방송에는 지난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백양사 도박사건’의 동영상과 밀양 표충사 토지 불법 매각 사건, 장주스님의 주장을 토대로 스님들의 도박 모습을 재현한 영상이 방영됐다.

◆조계종 “악의적 조작된 편집”… 법적 대응 시사
조계종은 20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SBS ‘궁금한 이야기 Y’의 편향되고 의도적인 종단 명예훼손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

이들은 “건전한 비판보다는 의도적인 비난과 조롱, 악의적이고 조작된 편집을 통한 근거없는 주장에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을 엄중히 밝힌다”며 법적으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조계종은 이번 방송에서 “매우 일방적이고 편향된 주장(장주·적광스님의 폭로)을 근거로 불교와 조계종단을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집단으로 매도했다”며 “기획 단계부터 불순한 의도로 제작됐다. 제작자와 취재진, 작가 등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방송 제작팀을 맹비난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인터뷰(몰래카메라 촬영)와 화면 영상 등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이는 무고한 사람을 괴롭히는 저자 거리 폭력배들의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조계종은 “이제 이러한 지적과 의문들에 대해 SBS 제작진은 책임있는 답변을 해야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종단은 이 사건에 대해 언론중재 및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분명하게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억대도박의혹 사건에 연루돼 검찰의 수사선에 오른 조계종내 중책(총무원과 중앙종회)을 맡은 3명의 스님은 18일 장주스님을 무고죄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은 장주스님의 폭로가 일방적인 주장이며 개인명예뿐만 아니라 종단 전체의 명예를 훼손한 행태에 대해 더는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계종도 이번 사태와 관련 법적으로 강력히 대응할 것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조계종 호법부는 억대도박 의혹 사건을 자체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장주스님에게 22일까지 호법부로 등원할 것을 공지했다. 호법부는 종단내 절차를 무시한 채 사회법으로 제소하고 무차별적인 폭로로 종단의 명예를 훼손한 부분에 대해 책임을 물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계 일각에서는 조계종이 승려 비리의 근절대책은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법정소송에만 치중하는 행태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자승 총무원장이 제33대 집행부를 출범하며 야심차게 외친 자성과 쇄신은 온데간데없다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총무원장 선거를 앞둔 조계종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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