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개 자치구서 66개소 1차경고 받아 ‘과태료 無’

▲ 에너지시민연대 회원들과 시민활동가들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대형 온도계와 에어컨 모형을 들고 올여름 전력위기 극복을 위해 절전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길고 지루했던 장마가 다음주께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력수급에도 다시 비상이 걸렸다. 올여름 사상 최악의 전력위기를 막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서울시와 자치구 등은 지난 1일부터 문을 열고 에어컨을 가동하는 이른바 ‘문 열고 냉방 영업’ 행위에 대해 집중 단속을 해오고 있다.

이날부터 단속에 적발되면 위반 횟수에 따라 50만 원에서 최대 300만 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실내 냉방온도 26도씨를 지키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단속 시행 3주째인 19일 오후, 유동인구가 많고 상가들이 밀집해 있어 집중관리 상권 중 하나인 명동 거리에 나가본 결과, 대부분의 상점은 냉방 영업 중 모두 문을 닫았다.

한 화장품 매장 직원은 “요즘 대부분 냉방을 하면 문을 닫고 영업을 한다. 아무래도 단속을 하는데 지킬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2~3곳의 상점은 여전히 문을 활짝 열고 영업을 했다. 문을 한쪽만 열고 냉방하는 곳도 1~2곳 있었다.

특히 일부 상점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모습을 보였다. 매장 직원이 일부러 자동문 앞에서 계속 서서 자동문이 닫히지 않게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화장품 매장 두 곳은 매장 안쪽 에어컨만 켠 채 문을 열고 영업을 했다. 입구 쪽 에어컨은 켜지 않아 매장에 들어서서 입구 쪽에만 있으면 에어컨이 꺼진 줄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화장품 매장에서는 입구 자동문이 닫히는 속도를 평균보다 매우 느리게 조절해 놓았다. 손님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시차를 고려하면 거의 열려 있는 상태나 다름없었다. 실제 자동문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자동문에는 닫히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이날 오후 2시쯤 단속반이 갑자기 단속에 나서자 문을 열고 냉방을 했던 매장들은 바로 문을 닫고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단속반이 자리를 뜨자 한 매장 직원은 곧바로 자동문 앞에 서서 자동문이 닫히지 않게 하는 모습을 보였다.

단속을 해도 문을 열고 냉방을 하는 데 대해 한 화장품 매장 직원은 “아무래도 냉방을 하는데 문이 열려 있으면 사람들이 지나다가 더우니까 들어오고 싶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아울러 “자동문이면 손님들이 몰릴 경우 문에 부딪혀 다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특별시 기후환경본부 녹색에너지과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개문냉방으로 적발된 매장은 66개소다. 다만 모두 1차 경고에 해당돼 과태료를 문 곳은 한 곳도 없다.

이 관계자는 “명동 상인협회와 중구청이 ‘자율절전 실천’을 위해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함께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단속 자체가 매장 매출과 상관이 있기 때문에, (개문냉방에) 모든 매장의 자율적 동참을 바라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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