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최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된 구리 태조 건원릉 신도비(보물 제1803호), 서울 태종 헌릉 신도비(보물 제1804호), 서울 세종 영릉 신도비(보물 제1805호). (사진제공: 문화재청)

王 신도비, 초기 왕릉 3건만 해당
정2품 이상 사대부, 비석 많이 세워
건원릉·헌릉·영릉 신도비 ‘보물’돼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신도비(神道碑)는 ‘신령의 길’이라는 뜻이다. 왕이나 고관의 무덤 앞 또는 무덤으로 가는 길목에 세워 죽은 이의 사적(事蹟)을 기리는 비석이다.

처음에 신도비에는 ‘모제(某帝)’ 또는 ‘모관신도지비(某官神道之碑)’라고만 새겼다. 또 풍수지리상 묘의 동남쪽을 신이 다니는 길, 즉 신도(神道)라고 했기 때문에 묘의 동남쪽에 비석을 세우게 됐다고 전한다.

특이한 것은 조선시대에는 태조의 건원릉 신도비와 태종 헌릉 신도비, 세종의 영릉 신도비만이 초기 왕릉 신도비로 알려졌으며, 이후 국왕의 사적은 실록에 기록된다는 주장에 따라 신도비를 세우지 않았다. 반면 사대부는 많은 신도비를 세웠는데, 실제 관직이나 사후에 추증된 관직(증직)으로 정2품 이상이면 세울 수 있었다. 비의 크기를 보면 높이가 4척 정도부터 7~8척되는 큰 비까지 있으며, 이들 모두 웅장한 자태를 보여준다.

최근 문화재청은 ‘태조 건원릉 신도비’ 등 4건의 문화재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했다.

보물 제1803호 ‘구리 태조 건원릉 신도비’는 1409년(태종 9)에 세웠다. 이 신도비는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1335~1408)의 건국 과정을 비롯해 생애와 업적 등을 기리고자 일대기를 지어 돌에 새긴 것이다.

이수(螭首, 용모양의 비석 머리), 비신(碑身)이 양호하게 잘 보존돼 있어 조선 초기 왕의 신도비는 물론 여타 신도비의 전형이자 기준작으로 평가된다.

보물 제1804호 ‘서울 태종 헌릉 신도비’는 1422년(세종 4)에 세웠다. 태조의 다섯째 아들이자 제3대 임금 태종 이방원(1367~1422)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기 위해 비문을 새겨 세운 신도비다.

비문 글씨를 누가 썼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조선 초기의 서예문화와 경향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판단된다. 이 비의 귀부(龜趺, 거북모양의 비석 받침돌)는 임진왜란을 겪으며 손상됐지만, 이수는 원형이 잘 보존돼 명나라 석비 조각양식을 들여와 조선 초기의 새로운 석비 전통을 마련해 가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보물 제1805호 ‘서울 세종 영릉 신도비’는 1452년(문종 2)에 세웠다. 제4대 임금 세종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기 위해 그의 일대기를 담아 세운 신도비로, 비문은 정인지(1396~1478)가 짓고, 안평대군 이용(1418~1453)이 썼다.

비신의 표면이 심하게 부식, 박락(剝落, 벗겨지고 떨어짐)돼 비문 내용을 알아볼 수는 없으나 “···겸 성균관대사성 신 정인(兼 成均館大司成臣 鄭麟)···”과 같은 중요한 부분이 남아 있고, 비신과 한 돌로 제작된 이수가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어 태조와 태종의 신도비와 함께 조선 초기를 대표하는 비로 평가된다.

또 3건의 신도비를 비롯해 이번에 보물 제1806호로 지정된 ‘합천 해인사 내전수함음소 권490 목판’은 1245년(고려 고종 32)에 대장도감에서 판각해 완성한 경판이다.

‘내전(內典)’은 부처의 설법을 담은 불경이고 ‘음소(音疏)’는 음에 대한 해석을 뜻하는 것으로, 내용은 대승불교에서 가장 중시하는 여섯 가지 실천덕목인 육바라밀다(六波羅蜜多)를 설명한 것에 대한 주석이다.

본문은 반야(般若)가 한역한 ‘대승이취육바라밀다경’의 10권에 대한 음의(音義)를 내용으로 했고, 끝부분에 ‘을사세고려국대장도감봉칙조조’의 간기(펴낸 시기, 주체 등 기록)가 있다.

지금까지 대장경 목록에도 없이 인쇄본만 알려져 왔기 때문에 이번에 이 경판의 발견은 대장경 연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화재청은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구리 태조 건원릉 신도비’ 등 4건의 문화재가 체계적으로 보존 관리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소유자 등과 적극 협조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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