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불교조계종 불국사 장주스님(경주사암연합회 회장)이 지난 16일 오전 종단 도박비리 자수와 관련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에 출두하며 “검찰조사를 통해 도박비리의 실체가 밝혀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檢 수사결과에 종단 ‘개혁·보수’ 또 충돌할 수도
연대회의 “개혁외친 스님이 개혁대상이 돼버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계종 중앙종회 전 수석부의장 장주스님이 최근 폭로한 종단 최고위층 승려들의 억대도박 의혹과 관련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지난 16일 장주스님은 억대도박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두했다. 오전 10시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에 출두한 스님은 승려 16명의 상습도박 관련해 10시간이 넘는 검찰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됨에 따라 억대도박 의혹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포항지청은 조사과정에서 혐의점이 드러나면 소환 대상, 시기 등을 결정한 후 관련자들을 차례로 불러 수사할 계획이다.

장주스님은 조사에 앞서 “검찰 조사를 통해 도박 비리의 실체가 밝혀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조계종에 충격을 안긴 이번 의혹의 진실공방이 사법기관의 손에 맡겨지게 됐다. 도박 연루자로 지목된 스님들은 장주스님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총무원은 앞서 “(장주스님의 폭로 기자회견에서) 실명이 거론된 당사자 스님이 법적 대응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검찰수사 결과 승려들의 도박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총무원장선거를 앞둔 조계종은 개혁파와 보수파 간 큰 충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몇 명의 참고인 조사를 추가한 후 관련자들의 소환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참여불교재가연대는 장주스님을 검찰출두에 앞서 포항 모처에서 만나 도박 폭로 사건에 대한 검찰 자수 배경 등을 면담형식으로 조사하며 추가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주스님은 승려들의 억대도박을 증빙할 녹취록과 증인이 있음을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자료 확인은 거부했다. 신변의 위협을 받은 장주스님은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다.

◆불교계, 승려 범계행위 진상조사위 구성 촉구
종단 내에서 승려들의 범계(계율을 어김)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사부대중연대회연대회의는 이번 사태에 관한 촉구서를 발표하며 ‘범계행위 근절 대책위원회’ 구성을 강력히 요구했다. 정의평화불교연대와 불교생명윤리협회도 앞서 ‘청정승가를 위한 범계행위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연대회의는 종단 지도급 스님들의 상습 도박행위에 대해 “가히 충격적이다. 총무원의 입장문과 장주스님의 인터뷰 등을 보는 불자들은 점입가경인 종단 현실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침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범계행위자를 단호히 의법 조치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종단 자정과 범계행위 근절대책위원회’를 구성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권주지선거나 성폭행 고소사건 등 종단 지도급 스님들에 대한 범계행위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원인은 철저한 진상조사 없이 솜방망이 판결로 범계행위를 눈감아 주기 때문이라고 연대회의는 지적했다. 불자들이 생각하는 세속의 상식으로도, 법적으로도 용인할 수 없는 범계행위들이 종단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성토한 것이다.

또한 1990년대 종단개혁을 외친 스님들이 이제는 종권세력·개혁대상이 돼버린 현실을 한탄하기도 했다. “지도급 스님들은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말로 교권정치로 흘러가는 종단 현실을 비판했다.

◆“내부 정화 없는 행태는 ‘사상누각’”
연대회의는 현 집행부를 향해 진정성 있는 쇄신만이 살 길이며, 내부 정화 없이 진행하는 개혁은 사상누각에 진하지 않는다는 뼈아픈 충고를 쏟아냈다.

이들은 “내부 정화 없이 외부로만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보살행을 외치고 사회복지를 강조하는 행태는 모래로 밥을 짓는 행위”이며 “자기기만일 뿐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 상실이고 사상누각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본적인 의식개혁을 위해 항시 운영되는 개혁시스템을 조직할 것을 주문했다. 또 문중·계파를 초월한 보편타당한 인사와 범계행위에 대한 신속·엄정한 법집행으로 혁신을 위한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총무원장 선거를 앞둔 현 집행부가 승려들의 억대 도박의혹으로 또다시 내부적인 개혁의 목소리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종단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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