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남태 브랜드전문가

 
사회적으로 유명한 변리사 한 분이 신문 칼럼을 통해 외국어 이름을 쓰는 기업을 부정적으로 표현한 바 있다. 농협도 NH농협을 기업브랜드의 하나로 쓰고 있는 만큼 그 화살을 비켜나지 못했다.

평소 관련 업종의 일을 보면서 느낀 소회이고 기업 브랜드에 너나 없이 영문을 사용하는 행태에 대한 충고의 글로서 나름대로 설득력도 있었다.

하지만 농협 브랜드를 언급하면서 마치 아무런 브랜드 체계도 없이 영문명을 쓰고 있는 것처럼 지적하고 있어 조금은 불편했다. ‘NH’는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농협의 이름과는 별도로 사용되는 영문 브랜드로 미래지향적이고 글로벌한 농협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NH’는 농협(NongHyup)의 머릿글자이면서 자연과 인간의 조화(Nature&Human), 새로운 희망과 행복(New Hope, Happiness)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로고이다. 결코 농협이라는 한글 이름을 달리 쓰거나 제멋대로 바꾼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지난 2012년 3월 사업구조개편으로 농협의 금융 업무가 분리되면서 금융계열사에 NH를 사용한 것은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단호한 의지였다. 젊은 금융을 확산시키기 위한 표현의 일환으로 이즈음에 농협은 정교한 브랜드 운용 체계를 갖추기도 했다.

NH농협은 농협 본연의 어감에 ‘NH’라는 영문 이니셜을 결합하여 음률적이면서 또 하나의 농협인 ‘NH’연상으로 농협 볼륨을 키우겠다는 뜻을 담고 있었다. 국민경제에 그만큼 기여하겠다는 포부다.

농협의 정체성은 농업인의 권익을 대변하고 보다 풍요로운 삶의 질 제공에 있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경영을 통한 수익 증대에 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끊임없이 다가서는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바로 기업명의 운용도 이 코드에 맞춰져 있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성과 보편성이 녹아 있어야 한다. 영문 이름을 붙였다고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는 없지만, 영문 이름을 낯설어 해야 할 이유도 없다.

‘농협’이라는 한국적 지역성과 ‘NH’ 속에 담긴 보편성이 세계와 만난다면 좀 더 나은 경영의 합리화를 가져오지 않을까. 국내 최대의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의 경우 기업명과 주력 상품이 영문이라서 비아냥을 사고 있지는 않다.

외국어 이름을 쓰는 기업은 나름대로의 기업 브랜드 확장을 위해 치열하고 어려운 브랜드 네이밍의 과정을 겪는다. ‘삼성’의 경우 한글 삼성이 아닌 영문 ‘SAMSUNG’이 세계인의 인식 속에 녹아 있다는 사실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공기업이라고 한국적인 이름을 써야 한다는 것 또한 사리에 맞지 않다. 고객이 언제까지 지역적인 테두리 내에 머물러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해당 글에 거론된 다른 기업 입장에서도 자칫 사실 왜곡과 논리적 비약으로 비쳐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경계스럽다.

다만, 고객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한글 기업명과 영문 기업명이 다름에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은 일리가 있다. 기업명의 혼동이 주는 악영향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기업이 합리적인 회사명을 찾고 지켜가는 일은 나라를 세우는 일처럼 중요한 일이다. 그것은 100년 기업을 손꼽기조차 어려운 국내 기업의 수명과도 깊은 연관이 있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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