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 아파트(왼쪽)에는 세대마다 국기꽂이가 설치돼 있어 태극기를 달 수 있지만 최근에는 국기꽂이 설치가 어려운 공법으로 설계된 아파트(오른쪽)도 생겨나고 있다. (사진출처: 천지일보, 연합뉴스)

국기꽂이 없는 아파트 주민들
“태극기 다는 모습 자녀에게 못 보여줘 아쉬워”

[천지일보=김예슬·장수경 기자] 17일은 국경일 중 하나인 제헌절이지만 태극기가 휘날리는 광경을 볼 수 없는 곳이 많다.

주택가의 경우 국기꽂이 설치가 의무화되지 않았고, 아파트라 하더라도 몇 년 새 부쩍 늘어난 주상복합아파트는 대부분 커튼월 공법으로 지어지고 있기 때문.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법 규정상 커튼월 공법으로 지어진 아파트일 경우 300세대 기준으로 국기봉설치 의무화가 적용된다. 뿐만 아니라 지성인의 요람인 대학가의 경우 국기꽂이를 달 수 없는 원룸이 대부분이다.

제헌절을 앞두고 본지 기자가 찾아간 청라국제도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브랜드 아파트들이 초·중·고등학교를 사이에 두고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그러나 청라 자이, 청라 LH 등 국경일에 세대별로 태극기를 꽂을 수 없는 아파트도 있어 해당 주민들은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한 아파트 주민 A(44, 남성) 씨는 “국기꽂이가 없다 보니 부모로서 아이에게 태극기 다는 모습을 보여줄 일이 없다”면서 “아이에게 국경일이 어떤 날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설명해주기 애매하고 민망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아파트 주민 B(44, 여성) 씨는 “예전에 꽂이를 설치해달라고 주민들이 건의를 했었는데 건축사로부터 구조상 달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른 곳에 살 땐 늘 태극기를 달았었는데 아쉽다”면서 “생활 속에서 애국심을 키울 수 있는 일이 갈수록 없어지는 것 같다. 이제는 먼 나라에나 가야 생기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태극기선양운동중앙회 황선기 회장은 “정부가 나서서 모든 건축물에 국기꽂이를 설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태극기를 다는 것은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나라사랑하는 마음과 의식을 살면서 가장 가까이 가질 수 있는 실천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단독주택의 약 80~90%는 국기꽂이가 없다. 이는 단독주택의 경우 그만큼 국경일에 태극기 다는 가구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황 회장은 “미국의 경우 일반 주유소에도 국기가 설치돼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주유소까지는 아니더라도 고속도로휴게소에 대형 국기 게양대를 의무적으로 설치해 많은 사람이 오며 가며 국기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가 나서서 국기꽂이 설치를 의무화 하고 있는 곳도 있다. 송파구는 원룸을 포함해 소규모 주택도 신축 시 국기꽂이를 설치하도록 했다. 또 주상복합건출물에 건축허가 조건으로 국기꽂이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구 건축과 담당자는 “처음에는 구 내 대규모 주상복합아파트에 국기꽂이 설치를 권유하는 안내문을 발송해봤지만 실천이 안 됐다. 꽂이를 설치하려면 개인당 적게라도 돈이 들어가고 번거로운 부분도 있기 때문”이라면서 “근래에 준공한 잠실 푸르지오(280세대)나 석촌호수 인근 주상복합 아파트는 국기꽂이가 설치 돼 있다. 앞으로도 많은 곳에 태극기가 걸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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