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락가 고종황제도 즐겨 드신 냉면

▲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김영복 원장
헌종 14년인 1848년과 고종 13년 때인 1873년의 봄날 궁중잔치에도 냉면이 쓰였다는 기록이 당시 기록물인 의궤류에 나타난다. 그리고 1896년에 쓰여진 연세대본 <규곤요람>에 쓰여진 냉면에는 “싱거운 무김치국에다 화청(和淸)해서 국수를 말고 저육(돼지고기)을 잘 삶아 넣고 배와 밤과 복숭아를 얇게 저며 넣고 온 잣을 떨어 나니라”라고 기록되어 있다.

한편 1800년대 말 저자 미상의 <시의전서>냉면에는 “청신한 나박김치나 좋은 동치미국에 말되 화청(和淸)하고 위에 양지머리, 배, 좋은 배추통김치를 다져 얹고 고춧가루와 잣을 흩어 얹는다”고 기록되어 있고 “고기장국을 싸늘하게 식혀서 국수를 마는 장국냉면”도 설명하고 있다.

궁중의 잔치 기록인 <진찬의궤>나 <진연의궤>를 살펴보면 궁중잔치 고임상에는 반드시 국수가 올라 갔고 주로 온면을 올렸다. 그러나 1848년 3월 순조비의 육순 축하잔치와 1873년 강령전(康寧殿) 화재로 소실된 경복궁을 재건하면서 1874년 4월에 연 축하잔치 두차례 잔치에 냉면을 만들어 올렸다.

이 두 잔치에 올라간 냉면의 재료를 보면 메밀국수, 양지머리, 돼지머리, 배추김치, 배, 꿀, 잣 등이다. 다만 1874년 4월 잔치의 냉면에는 고춧가루를 더 사용했다.

한편 고종10년(1873년)에 쓰여진 <진찬의궤>에도 냉면의 재료가 자세히 나와 있다. 이 <진찬의궤>에 나타난 재료를 보면 “냉면 한 그릇(冷麵 一器:-목면(木麵:압착기를 이용한 면발) 30사리, 김치 5그릇(器), 돼지다리 3분(分 1부(部) 배 3개 (個),잣 5작(勺) 고춧가루 1합(合)”이라 쓰여져 있다.

조선의 역대 왕중 냉면을 즐겼던 분으로는 식도락가라 할 만큼 음식 맛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셨던 고종황제(高宗皇帝)였다고 한다.

고종황제는 주로 국수를 즐기셨지만 맵거나 짠 것을 드시지 못했던 관계로 주로 냉면을 즐기셨다고 한다.

고종황제는 왕위를 물리고 덕수궁에 계셨을 때도 함령전 대청에다 나인들을 불러 윷놀이를 시키시고, 야참으로 설렁탕, 온면, 냉면을 윷놀이에 참가했던 나인들과 즐기셨고, 술을 전혀 하지 못한 고종은 주로 식혜를 즐기셨다고 하며, 특히 냉면을 좋아하셨다고 하는데, 당시 고종이 드셨던 냉면의 사리는 대한문밖 국수집에서 사다가 썼으며, 꾸미는 가운데 열십자로 편육을 위에 얹고 나머지 빈 곳에 배와 잣을 덮었다. 배는 칼로 썰지 않고 반드시 수저로 얇게 저며 얹었고 배를 많이 넣고 담가 무척 달고 시원했다고 고종의 총애를 받던 삼축당(三祝堂)이 전한다.

고종황제가 즐겨 드시던 궁중의 냉면이 일반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조선이 망하고 당시 궁중의 궁중음식책임자 였던 조순환(曺淳煥)이 왕궁의 숙수와 기생을 모아 놓고 세종로의 동아일보사 자리에 ‘명월관’이라는 고급요정을 차려 놓고 선을 보였으며, 이 ‘명월관 냉면’이 <부인필지>라는 책에 소개 되었던 것이다. 이 책에도 “동치미국물에 국수를 말고 무와 배, 유자를 얇게 저며 넣고 후추, 배, 잣을 넣는다”라고 기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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