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찰로 올라가는 길 바로 옆에는 큰 바위들이 사이좋은 형제처럼 모여 있는 계곡이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일주문 대신한 멋스러운 돌담
꽃밭 이어져 아름다움 더해

범종각 아래 위치한 ‘석조(石造)’
조선시대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서울이 장마로 얼룩져 있다. 새벽까지 내린 장맛비로 인해 도심은 젖어 있다. 후텁지근한 날씨 때문인지 사람들의 불쾌지수도 높아졌다. 이럴 때는 도심을 벗어나 시원한 계곡에 발 담그며 수박 한 입을 베어 먹는 ‘휴식’이 필요하다. 장마가 잠깐 멈춘 틈을 타경기도 의정부시 도봉산에 있는 회룡사(回龍寺)를 찾았다.

지하철 1호선 회룡역 3번 출구로 나와 이정표를 따라 20분쯤 걸으면 북한산 둘레길로 이어지는 회룡탐방센터가 나온다.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있는 듯한 모습의 북한산둘레길 마크를 찾아 따라가도 목적지인 회룡사를 찾을 수 있다.

먼저 멋들어지게 팔을 벌리고 있는 회화나무가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회화나무는 예부터 집 대문 안에 회화나무 3그루를 심어두면 그 집에 행복이 찾아오고, 자녀들이 출세한다고 전해져 가정나무라고도 불린다.

명성에 비해 관리가 잘 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라 아쉬웠다. 가지가 가리키고 있는 방향을 따라 한걸음 내딛는다. 옆에는 회룡폭포에서부터 내려온 작은 계곡이 흐르고 있다. 시원한 계곡을 찾아 온 무리가 군데군데 보인다. 손주를 데리고 온 할머니부터 열정이 넘치는 20대 청년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나무를 베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가는 길을 멈췄다. 알고 보니 옆에 있는 작은 공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공방에 안에 있는 빨간 우체통과 의자 등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커다란 나무에 달린 그네가 계곡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어 전경을 보며 그네를 탈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쏙든다. 이후부터는 청설모가 길을 안내했다. 날씨가 너무 더워 땅에 내려온 건지 청설모는 사람들이 다가가도 떠나지 않았다.

▲ 한 비구니스님이 사찰 입구 옆에 마련된 텃밭을 일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시원한 계곡과 멋스러운 돌담
사찰로 올라가는 길 바로 옆에는 큰 바위들이 사이 좋은 형제처럼 모여 있는 계곡이 있다. 사람이 누워도 될 정도의 바위에 앉아 신고 있던 운동화를 벗고 물에 발을 담그니 그 이상의 낙원이 없었다. 발을 오래 담구고 있지 못할 정도로 물이 찼다. 더 놀고 싶다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계곡을 따라 이어진 절의 왼쪽 벽면은 돌담으로 돼있어 시골의 정취가 풍긴다. 겨울이면 돌담 사이사이에 눈이 쌓여 그 아름다움이 더하다. 회룡사에는 돌담이 일주문의 자리를 대신했다. 사찰 안 돌담 앞에는 루드베키아 등으로 구성된 꽃밭이 싱그러운 여름을 연출했다.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니 한 비구니스님이 텃밭을 일구고 있었다. 스님 앞쪽에 있는 큰 바위 위에 소나무, 그 건너편의 산들이 어우러져 영화 ‘길 위에서’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윗 쪽의 선방에서는 스님들께서 참선수행 중이십니다. 조용히 하여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들어서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경고문이었다. 경고문이 붙은 건물은 ‘설화당(說話堂)’이라는 편액을 건 요사채다. 뒤쪽의 북한산 산세와 어우러져 매력을 더했다. 건물 앞쪽에 담과 꽃밭이 있어서 편액과 단청이 아니면 일반 가정집이라고 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구니스님들의 기도도량이라서 그런지 사찰내부는 더욱 정갈한 인상을 풍겼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꽃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도심에선 볼 수 없었던 나비들이 이곳에 다 모였나보다. 나비들이 꽃을 찾아 이리저리 옮겨 다녔다.

▲ ‘설화당(說話堂)’이라는 편액을 건 요사채. ⓒ천지일보(뉴스천지)
◆현존하는 석조 중 제일 커
고개를 돌려 왼쪽을 보면 범종각이 나온다. 절 입구에서 돌담으로 이어지는 길로 쭉 걸어오면 바로 보이는 곳이 범종각이다. 꽤 큰 규모의 누각인 이 건물에는 범종과 북, 목어가 있다.

이 건물보다 주의 깊게 봐야 할 곳이 있다. 바로 건물 밑에 있는 ‘석조(石造)’다. 예부터 석조는 사찰의 필수품으로 제작됐는데 생활에 필요한 물을 석조에 저장했다. 돌로 만든 수조라 해서 석조라고 하는데, 이 석조는 전체 길이 224㎝, 폭 153㎝, 깊이 67㎝의 규모로 현존하는 석조 중 대형에 속한다.

물이 흘러내리는 용 모양 주구의 홈과 끝 부분이 부드럽게 처리돼 있어 석조의 분위기를 더 살렸다. 전체적으로 석재를 잘 다듬어 표면이 매끄럽게 처리되고 규모는 물론 만든 솜씨도 뛰어나 조선시대 석조연구에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돼 경기도 문화재 자료 117호로 지정됐다. 저장된 물은 식수로도 사용된다. 옆에 색깔별로 마련된 바가지를 들어 물을 마시니 더위가 한층 가셨다. 물은 약수가 아닌 지하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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