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벌써 반년이 지났다. 돌이켜보면 올 초부터 새 정부 출범에 국민이 잔뜩 기대를 가졌고, 박근혜정부에서는 대선 공약사항을 중심으로 국정을 펴고 국민 화합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갈등이 일고 있다. 정치 갈등의 중심에 남북 정상들 간의 대화록, 귀태(鬼胎) 발언 등이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키면서 국민여론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이를 기회로 정치권에서는 서로 다른 주장을 하며 왜곡되는 말들을 지어내고 있으니 국민이 어리둥절하다.

여야가 시도하고 있는 대화록 공개가 국익을 위한 것인지, 실정법을 위반한 것인지, 또는 작년에 재일교포 2세가 쓴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란 책에서 나온 귀태가 대한민국 역사와 일본 정부에 어떤 영향을 끼친 것인지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고 지나간 역사다. 새삼 들추어내서 치부로 만들고, 빌미삼아 할 일 많은 정치권과 청와대가 여기에 매달려 시간을 허비하고 국민 여론을 두 동강이 내는 일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그보다는 국가발전과 국민편익에 장애가 되는 법과 제도를 고쳐 민생을 돌보는 일이 더욱 시급한 지금이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로 국민의 관심을 많이 받아온 정책은 대학입시정책과 주택정책이다. 이 두 가지는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정책이기도 한데, 역대 정부의 국정운영 과정에서도 부침(浮沈)이 심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빠짐없이 내용을 보완했고, 같은 정부 내에서도 수시로 제도가 변경되어 국민에게 혼란과 부담을 주기가 다반사였다. 그렇지만 대입시제도와 주택제도가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고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교육과 주택제도는 국민생활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다. 교육은 사람에게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 주는 것”이므로 사람이 출생하여 성장하고,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생활하려면 교육제도가 마련한 틀 안에서 모든 것을 수용하여 갖춰야 함은 당연하다. 또한 주택은 의식주(衣食住) 중 하나로서 인간생활의 기본적 요소이니 말할 나위가 없다. 교육제도 가운데 대학 입시는 국가·사회를 위한 국민을 양성하는 것이니 더욱 중요한 분야가 아닐 수 없다.

대학 입시가 우리나라의 교육에서 정점에 있음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좋은 직장을 구하려면 일류대학을 나와야 하고, 그러려면 초등학교 때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인식은 사회 전반에 깔려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성교육이 돼야 할 학창시절에 대입시만을 위한 과목에 치중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입시과목에서도 선택 과목은 아예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것은 필수 과목과 고득점 선택 과목에 집중하는 현상을 놓고 학생들만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청소년들의 교양과 상식 등은 점점 함몰되어 간다. 얼마 전 청소년들의 역사 인식조사에서 6.25가 언제 일어났는지 모르는 청소년이 57.6%였다. 또한 한일 간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의 ‘야스쿠니신사(神社)’를 묻는 질문에 ‘젠틀맨’이라 대답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까지 나온다. 신사가 영어로 젠틀맨(gentleman)이니 그렇게 답한 것으로 보이는데, 대입수능시험에서 국사를 선택하지 않으니 아이들이 역사를 모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결과적으로 대학 입시만을 위한 교육제도가 아이들을 입시지옥에 헤매게 하고, 좋은 대학 출신이 아니거나 또는 고졸 학력만으로는 사회의 열등생이라는 등식이 굳어버린 사회풍토는 문제가 많다. 박근혜정부에 들어 대입시제도의 개선을 모색하고 있지만 현실의 교육 장벽을 무너뜨리는 큰 틀의 제도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선진외국처럼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사회의 주역으로서 당당히 생활하고 성공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먼저 성숙돼야 한다.

교육부가 밝힌 ‘2013 OECD 교육지표’를 보면 대학 진학이 능사가 아님을 시사해주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25∼34세 청년층의 고등학교 이수율에서 우리나라는 98%로 지난 2001년부터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OECD 회원국 평균이 82%이다. 또 하나, 전문대학을 포함한 고등교육 이수율에서도 우리나라는 64%이고, OECD 평균은 39%이다. 선진외국에서는 대학을 다니지 않은 국민도 잘 살며 사회의 중추 역할을 한다는 증거다. 스위스나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기술계 고등학교를 마치고도 사회 각 분야에서 당당한 사회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고등교육을 마친 사람이 많은 나라에서는 다재다능한 인재들로 인해 국가·사회로서 플러스적 요인이 된다. 그렇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1분기 대졸 비경제활동인구가 309만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무조건 학력을 선호하는 우리의 교육제도와 사회 인식이 대졸 백수만 양산하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

한국사회에서 고학력 인플레가 된 원인은 무엇일까? 따져보면 사회적 편견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세대당 자녀수가 줄어들어 한두 명밖에 낳지 않아 부모된 입장에서 자신의 자식은 대학까지 보내야 한다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그러한 결과로 인한 고학력 인플레를 낳는 등 오히려 낭비적 요소가 되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하루빨리 교육제도의 획기적 개선으로 고학력의 병폐에서 벗어나 학력보다는 능력이 인정받는 합리적인 세상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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