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광그룹 미디어부문의 티브로드, 티캐스트, 한국케이블텔레콤(KCT), 국디지털케이블미디어센터(KDMC) 총 4개사 직원들이 매회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봉사를 위해 지난 6월 서울 은평구 ‘나눔의 둥지’를 찾았다. 직원들이 무료급식에 제공될 계란말이를 함께 만들고 있다. (사진제공: 티브로이드)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형식적인 시작일지라도 ‘봉사의 땀’ 꼭 흘려보세요”

그냥 서 있어도 푹푹 찌는 무더위에 찾은 은평구 ‘나눔의 둥지’. 이곳은 홀로 계신 노인이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무료급식 및 공부방을 운영하는 비영리 자원봉사단체다.

오전 9시. 점심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자리를 빼곡히 채우고 앉아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쪽을 들여다보니 오늘 봉사에 나서는 태광그룹 미디어부문사(티브로드, 티캐스트, 한국케이블텔레콤, 한국디지털케이블미디어센터) 직원들도 벌써 모여 채비를 갖추고 있다. 태광 미디어부문 4사는 티브로드를 주축으로 매월 1~2회 봉사를 실천한다. 무더위에 짜증이 날만도 하지만 뭐가 즐거운지 다들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남자 직원들은 나눔의 둥지 권주웅 회장님의 소집 명령을 받고 위층 공부방으로 향한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이곳에 앉아 공부하며 꿈을 키워갈 아이들을 위해 평소 잘 들지 않던 빗자루와 걸레를 들고 구석구석 청소를 한다. 더위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아래 식당에서는 여직원들이 무료급식으로 제공할 반찬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멀뚱멀뚱 서 있는 사람 하나 없이 마치 원래 해왔던 일인 것처럼 열심들이다. 씻고, 다지고, 끓이고 150~200명분을 준비하느라 재료 준비만도 만만치 않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그 사이 청소를 마치고 내려온 남자 직원들은 나눔의 둥지를 찾아 오전의 적적함을 달래고 있는 어르신들을 위해 커피 서비스에 나선다. 커피를 건네는 손길도 받는 손길도 따뜻하다.

이들이 나눔의 둥지와 연을 맺기 시작한 건 태광 그룹이 본사와 각 사업부 임직원의 봉사활동을 정례화(매월 1~2회)한 2011년 3월부터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 벌써 3년을 이어오고 있다.

“수많은 대기업이 이곳을 찾았지만 영리와 홍보가 목적이었고 단발성으로 찾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태광 사람들은 진심으로 봉사하고 있다”며 회장님의 칭찬 세례가 이어진다.

회장님의 칭찬에 어깨에 한껏 힘이 들어간 직원들이 이제는 반찬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인다. 오늘의 메인 반찬은 ‘계란말이’다. 웬만한 베테랑 주부들도 하기 어렵다는 계란말이를 말기 위해 프라이팬 앞에서 계란들과 사투를 벌인다.

지름이 50㎝가 넘는 프라이팬에 계란을 붓고, 적당히 기다렸다가 뒤집어보지만 옆구리가 터져나간다.

이번에는 둘씩 짝을 지어 두 개의 프라이팬을 이용해 만든다. 풀어놓은 계란을 프라이팬에 부어주는 람, 뒤집는 사람, 다된 계란말이를 써는 사람, 그 사이 국을 끓이는 사람.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역할 분담을 해 척척 호흡을 맞추고 있었다. 금세 노릇노릇 잘 구워진 대형 계란말이가 쟁반에 쌓여간다.

이렇게 준비 시간 3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이제 어르신들을 위한 배식에 나선다. 마음껏 드리고 싶
지만 넉넉히 드리지 못하는 게 못내 미안한가 보다.

어르신들이 맛있게 식사를 마치시는 걸 보고, 뒷정리까지 마친 후에야 봉사자들의 식사가 시작된다.

“이 맛에 봉사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누군가를 위해 땀을 흘리고 이렇게 앉아 밥을 먹다 보면, 그래
도 내가 밥을 먹고 그래도 베풀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기도 하고 뿌듯하죠.”

입사한 후 거르지 않고 봉사에 참여한다는 이종수(32, 남, 티캐스트 소속) 씨의 말이다. 그는 오늘도 자원하는 마음으로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중학교 이후로는 봉사와 거리를 두고 살다 회사의 방침에 따라 반강제로 시작한 봉사지만 언제나 돌아가는 길에는 보이지 않는 선물을 마음에 가득 담고 간다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솔직히 처음에는 하는 내내 힘들어서 ‘이걸 왜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하지만 매번 그렇게 땀을 흘리고 집으로 돌아가다 보면, 나를 되돌아보면서 현재에 감사함을 느끼고, 스트레스도 해소된다”고 말한다.

또 “작은 봉사로 내가 누군가의 아픔이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어 좋지만, 봉사를 통해서 나 또한 채움과 치유를 받는 느낌”이라고 고백한다.

입사 후 처음으로 참여했다는 홍진아(28, 여, 티브로드 소속) 씨는 “의례 돌아가면서 하는 형식적인 사회공헌 활동이라 생각했었다”며 “봉사에 대한 뿌듯함도 컸지만 마지막에 함께 모여 직원들끼리 서로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마음에 남았다”고 말한다.

평소에는 잘 만날 수 없는 계열사 직원들, 회사안에서는 왠지 모르게 어색한 상사였지만 함께 베풀면서 서로 알아가고 그간 마음에 있던 얘기들도 꺼내 놓고 나눌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한다. 다른 직원들 역시 동일한 선물을 마음에 담고 일상으로 다시 돌아간다.

돌아가는 길 이종수 씨는 “의무감이든, 형식상이든 일단 봉사를 통해 나눔을 실천하라”고 조언한다. “봉사로 흘리는 땀은 상대방은 물론 나도 치유해 주는 능력이 있어요.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게 기회를 만들어준 회사에 고맙죠.” 무더위에도 이들을 웃게 만든 비결이 바로 ‘힐링’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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