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ㆍ막새기와ㆍ건물지 4동 확인

▲ 최근 통일신라시대 창건된 정암사가 고려 초기까지 존속한 당대 큰 규모의 중요 사찰이었음을 추정할 수 있는 유물이 다수 확인됐다. 건물지 축대 전경(왼쪽 위, 아래)과 건물지 전경(오른쪽 위), 평기와 출토 모습 (사진제공: 정선군청)

고려 초까지 존속된 명문 사찰
신라 고승 자장율사 설화 전해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최근 태백산 줄기에 있는 삼국시대 사찰 정암사에서 통일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의 건물지와 명문기와 등 유물 다수가 출토됐다.

정선군과 강원문화재단부설 강원문화재연구소가 지난 5월 23일부터 문화재 발굴조사 중인 정암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고승 자장율사와 문수보살에 얽힌 설화로 유명하다.

고서 <사적기(事蹟記)>에 의하면 자장율사는 말년에 강릉 수다사(水多寺)에 머물렀는데, 하루는 그의 꿈에 이승(異僧)이 나타나 “내일 대송정(大松汀)에서 보리라”고 해 아침에 대송정에 가니 문수보살(文殊菩薩)이 “태백산 갈반지(葛磻地)에서 만나자”하고 사라졌다고 한다.

자장율사는 꿈에서 들은 대로 태백산으로 들어가 갈반지를 찾다가 어느 날 큰 구렁이가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을 보고 제자에게 “이곳이 갈반지”라 이르고 사찰을 지었는데, 바로 정암사라는 설이 있다.

이번 발굴조사 결과 정암사에서는 통일신라~고려시대의 건물지 4동과 귀면기와, 연화문 막새기와, 명문기와 등이 발견됐다. 이는 정암사가 고려 초기에도 존속된 당대 매우 중요한 사찰이었으며, 불교사적 입지를 규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전망이다.

발굴조사는 정암사 건물지(1), (2), (3)으로 각각 구분해 시행됐다. 건물지(1)에서는 자연암반을 기초로 한 장대석을 우주로 해 석재를 가로 쌓은 건물 기단의 독특한 양식을 확인했다.

또 건물지 (2), (3)에서는 석축과 건물지가 지속 확인되고 있으며, 세부적으로 계단지, 초석, 배수시설 등도 발견됐다. 건물지(2) 옆에서는 또 다른 건물지(4)의 존재도 확인했다. 조사된 건물지들은 계곡을 끼고 산지에 조성된 가람의 축조방법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동시에 정암사 사역이 지금보다 훨씬 넓었음을 보여준다.

출토 유물은 기와, 청자 등이다. 특히 한 기와에서는 ‘정암율사(淨嵓律舍)’ ‘사보조(思甫造)’ ‘교율(敎律)’ ‘근금(近金)’ ‘율정암사(律淨嵓寺(?))’ ‘춘월(春月)’ 등 다수의 명문이 국내 최초로 확인됐다.

이 유물들은 <삼국유사> 및 <정암사사적> 등의 문헌기록에 등장하는 정암사 관련 기사의 내용을 검증할 중요한 자료로, 정암사와 수마노탑의 실체를 밝히는 단서다.

유물 중 청자는 소량 출토됐으나, 음각과 압출양각 기법으로 성형돼 11~12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지난 6월 25일 정선군과 관련 전문가가 함께한 자문회의 결과 정암사 건물의 축조방식과 변천사 등을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출토된 건물지와 유물 등을 통해 정선 정암사의 중요성이 인식돼 시굴조사한 건물지(2), (3), (4)구역 등에 관한 정비계획을 세워 정밀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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