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공휴일 지정·정전 60년 기념, 세계평화작가 한한국 일대기

그가 집으로 찾아왔을 때는 몰라볼 만큼 건강한 모습이었다. 그가 너덜너덜 해어진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한한국이 예전에 써주었던 복(福) 자였다. 한한국은 전율을 느끼며 그 복(福) 자에서 기운을 느꼈다. 그 후 이 씨는 환경전문가가 되어서 잘 살고 있으며 아직도 명절 때가 되면 한한국에게 잊지 않고 한과나 곶감 같은 선물을 보내오곤 한다. 복(福)자에는 또 다른 에피소드가 있다.

“한한국 작가님! S대 의대병원 소아과입니다. 어린이 환자들은 기(氣)가 부족합니다. 한 작가님의 작품이 꼭 필요합니다.”

이번에는 다름 아닌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병이 완쾌되기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복(福) 자를 써서 보내주었다. 한한국은 이때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어떤 일을 하든지 간절히 염원하고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기적 같은 일도 이룰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염원은 ‘비움’이 있을 때 가능하다. 즉 욕심을 버려야 하는 것이다. 이런 깨달음을 바탕으로 한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손으로 쓴 한글십자가>의 가운데를 비워, 십자가 안에 또 하나의 작은 십자가를 담았던 것이다.

‘나의 십자가를 어느 교회에 기증할까?’

방송이 나간 후 여러 교회에서 연락이 와 한한국은 직접 그 교회들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모두가 자격 미달이었다. 거대한 작품크기가 문제였다. C 교회와 S 교회는 벽면의 높이가 맞지 않았다. 수백억을 들여 새로 건물을 지을 테니 기증해 달라는 교회가 나타났지만 그건 좀 곤란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명동성당은 어떨까?‘

한한국 작가는 십자가에 담긴 한글 내용이 가톨릭 공동번역의 성경이었기에 명동성당에 기증 의사를 전했다. 아니나 다를까. 기(氣) 방송이 나간 후 명동성당에서도 사제단 회의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한한국의 십자가에서 기가 나온다면 그건 신도들이 한한국에게 기도하는 것과 같다는 보수층의 반대 때문에 아쉽게도 부결되었다고 한다.

한 가지 한한국의 아쉬움을 덜어준 것은, 이 십자가 작품이 완성되자마자 최초로 아산 공세리 성당에서 전시되었다는 점이다. 유명한 가톨릭 성지인 그곳에서 개최되었던 ‘공세리 성당전(展)’은, 가톨릭 100년사에 기록되었을 뿐만 아니라 한한국 본인에게도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여보세요? 한한국 작가십니까? 어제 방송 잘 봤습니다.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저는 여의도 순복음교회 장로이면서 I건설 이00 회장이라고 합니다. 한번 봤으면 좋겠는데, 만나주셨으면 합니다.”

다음날 한한국과 아내 윤소천 시인이 순복음교회가 있는 여의도의 맨해튼호텔(현 렉스턴호텔) 커피숍으로 나갔다.

한한국·이은집 공저

▲ 한한국 작가의 한글십자가가 전시돼있는 여의도 순복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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