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초 남양유업 임원진의 대국민사과 기자회견 모습(왼쪽). 10일 국회 정론관에서 민주당과 시민단체 및 남양대리점주들이 공정위의 추가 조사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들고 있는 사진에는 남양유업의 임페리얼XO 등 분유 제품이 쌓여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본사, “보상하겠다” 원론 되풀이
피해보상 기준은 합의 안 해
증거 없애놓고 ‘증거로 보상’ 고수
오너의 책임회피 경영 문제로 귀결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욕설파일 이후 2개월을 넘기고 있는 남양유업 사태가 양측의 첨예한 대립으로 교착상태에 빠졌다. 대리점협의회 측 이창섭 회장은 본사의 태도에 항의하며 19일째 단식을 계속하다가 입원 조치된 상태다.

시민단체와 정당, 대리점주들은 급기야 11일 서울 남양유업 본사 앞에 모여 최후통첩을 보낸다.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2차 불매운동을 진행한다.

양측이 이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게 만든 핵심 사안은 표면적으로 ‘실명 공개’다.

남양 본사는 “피해를 주장하는 당사자들의 실명을 주면 대리점 운영 기간 및 규모를 고려해 손해를 100% 보상하겠다”고 주장한다.

반면 대리점협의회 측은 “실명을 먼저 줄 수 없다. 대리점주의 보상 수준이 합의되면 실명을 넘겨준다”는 입장이다. 보상 기준이 불확실한데 실명이 먼저 제시될 경우, 개개인에 대한 본사의 각종 회유와 협박으로 협상이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다.

대리점협의회 측 이헌욱 변호사는 “남양이 지금까지 해 온 ‘밀어내기’의 판정기준을 정하고, 증거가 불충분할 때 어디까지 피해를 인정할지 결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양유업이 증거자료 인멸 시스템을 만들어놨기 때문에 증거를 제시하기 어려운 경우들이 나타날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남양유업 최재호 홍보실장은 “개인(실명)별로 매출액과 피해액이 나와야만 보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피해액 산정 기준을 묻자 “근거 자료는 대리점주들이 다 가지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피해액을 산정하기 위해 회계 전문가를 초빙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본사가 시스템을 변경해 버리는 바람에 ‘밀어내기’를 억울하게 당하고도 입증하지 못하는 대리점주들의 사례가 누차 거론된 점을 고려하면 회사 측의 무책임한 회피성 답변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난 8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 발표에서도 남양유업은 “법률자문 등을 통해 ‘밀어내기’가 위법임을 알고도 이를 개선하지 않은 채 지속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이 담당자는 “(대리점협의회가 제시한) 피해자 195명이 허수일 수 있지 않은가”라는 의심을 제기하면서 “매출 데이터만 있으면 피해 규모는 분명히 나온다”고 단언했다. 또 그 이상의 질문에는 “지금으로서는 세세하게 다 말할 수 없다”고 둘러댔다.

지금까지도 이 같은 남양유업의 태도 때문에 대리점주들은 몇 번이나 협상테이블을 박차고 나왔다가 민주당의 중재로 마음을 돌렸다. 그러나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심각한 입장차, 소통의 어려움만 확인한 것이다.

이에 화살은 홍원식 회장에게 꽂히고 있다. 지난 5월 초 대국민사과 당시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던 홍 회장은 이 모든 사태의 실질적 책임자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김웅 대표가 아무런 재량도 가지지 못했으며 실제는 홍원식 회장이 모든 상황을 진두지휘 하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양측의 중재자 역할을 해 온 우원식 의원 측도 “처음부터 홍원식 회장이 책임지는 자세를 보였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홍 회장의 태도를 비난했다.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은 1999년 장남 홍진석 씨 병역비리 사건에 이어 2003년 건설사 리베이트 사건 등으로 구속됐고, 대표이사직을 떠나 현재는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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