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시 자원복지회 홍수영 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얘야, 손에 들고 먹는 게 뭐니” “이거 고구마예요.” “그래? 그 고구마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니, 나무에서 따는 거니, 아니면 땅에서 캐는 거니? 할아버지가 잘 몰라서 물어보는 건데….”

천안시 자원복지회 홍수영(70) 회장이 짐짓 모르는 척 묻는 말에 아이가 웃으면서 답한다. “할아버지, 이거 나무에서 따는 거예요.”

지난달 20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에서 만난 홍 회장은 12년 전의 일을 생각하며 이야기의 운을 뗐다.

40여 년간 봉사활동을 한 홍 회장은 이날 일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당시 홍 회장은 아이들이 먹을 다과를 가지고 천안 신아원에 방문했다. 이곳에서 마주친 한 아이와의 대화는 그의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아이에게 고구마에 대해서 물어보니 고구마를 나무에서 딴다고 잘못 알고 있더군요. 해외 농산물은 계속 수입되고 있는데…. 이대로 가다간 우리 농산물이 살아남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농산물의 현 실태를 알게 된 홍 회장은 아이들에게 ‘농산물의 중요성을 알려야겠다’고 마음먹게 된다.

이후 홍 회장은 양로원·정신요양원·고아원 등 각 시설의 원장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는 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이 모임에서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고구마 수확체험 학습을 실시하겠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우리 땅에서 자라는 농산물의 소중함을 초·중·고 학생들에게 알리기 위한 취지다.

홍 회장의 말을 들은 시설 원장들은 그에게 찬사를 보냈다. 그동안 실타래를 풀지 못했던 우리 농산물 살리기에 대한 해결책이 홍 회장을 통해 나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고구마 수확체험 학습’이 시작됐다. 고구마 밭의 크기는 1만 1900㎡(3600평)나 된다.

이 농장의 밭고랑에는 체험학습에 참여한 30여 개의 시설 명칭이 적힌 팻말이 꽂혀 있으며, 각 시설에선 애착심을 가지고 농작물을 관리하고 있다.

이 농장의 최대 볼거리는 바로 가을에 열리는 ‘고구마 수확 축제’이다. 행사는 지난 2001년 시작해 매년 2700명이 참석하고 있다. 각 기관의 원생과 어르신, 그리고 인근 학교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이 축제는 연일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다.

줄기에 주렁주렁 달린 고구마를 처음 본 아이들은 ‘우와~’ 하며 저마다 환호성을 지른다. 특히 이곳에서 수확되는 고구마는 아이들이 봄철에 직접 모종한 것이어서, (아이들의) 체험학습의 기쁨은 배가 되고 있다. 복지회는 이처럼 재배된 고구마, 감자 등 농산물을 자매결연 맺은 시설에 매년 전달하고 있다.

또한 홍 회장은 논농사(1만 6528㎡)를 지어 수확한 쌀을 전국 양로원·보육원 등에 보내고 있다.

“제가 농사지은 쌀과 회원들에 의해 모금된 쌀을 합쳐서 매년 200포대씩 전국 시설에 보내고 있습니다. (복지시설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쌀을 배불리 먹을 것을 생각하면 정말 뿌듯합니다.”

대화를 나눌수록 홍 회장의 봉사 정신은 한결같아 보였다. 그리고 그의 삶은 ‘진실성’이 느껴졌다. 이 같은 홍 회장의 투철한 봉사 정신은 그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됐다.

초등학교 입학시기인 8살 무렵, 6.25전쟁이 터졌다. 당시 그의 고향인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에는 탄약고가 있어 북한군의 집중적인 폭격을 받게 됐다. 게다가 4년간의 흉년까지 겹쳐 상황은 갈수록 악화됐다. 밥을 먹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가 된 셈이다.

빠듯한 생활이지만 그의 어머니는 “항상 어려운 이웃을 도와가며 살아야 한다”며 그에게 이야기했고 몸소 봉사를 실천했다. 홍 회장은 이 같은 어머니의 모습을 늘 마음에 담았다.

성인이 된 후에도 그는 계속 봉사에 대한 체계를 쌓아갔다. 그리고 본격적인 이웃사랑 실천을 위해 현재 그가 몸담고 있는 봉사회를 구성하게 됐다.

인터뷰 말미에 홍 회장은 더욱 많은 사람에게 봉사활동을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농토를 더욱 확장해 더 많은 시설에 농산물을 나눠주고 싶습니다. 또한 학생들에게는 농업의 가치와 참뜻을 알려주는 산교육을 계속 실시하려고 합니다.”

이어 그는 우리 농산물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농산물을 지켜야 나라가 보존됩니다. 아이들에게 고구마·감자·땅콩 등을 심는 방법을 알려줘서 농산물의 중요성을 인지시켜야 합니다. 앞으로도 저는 우리 농산물을 알리는 데 모든 삶을 바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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