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김영복 원장
냉면의 유래에 대한 문헌 <송남잡식>에는 “두보(杜甫)는 ‘괴엽냉도(槐葉冷淘)’라는 시(詩)를 남겼고, 동파(東坡)의 시에는 ‘괴아면(槐芽麵)’이 있는데, 이것은 오늘날 평양냉면과 비슷하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중국의 냉도가 우리처럼 면을 차갑게 해서 먹는 것이지만 조리 방법 등이 우리의 냉면과는 전혀 다르다. 중국 송나라 시대 진원정이 쓴 <사림광기(事林廣記)>에 괴엽냉도를 만드는 제법을 보면 “느티나무의 어린잎을 으깨어 자연즙(自然汁)을 취하고 그 즙으로 밀가루를 잘 반죽하여 얇게 펴고 실처럼 썰어 꿇는 물에 익혀 내어 냉수(冷水)에 넣고 꺼내어 좋아하는 것을 끼얹어 먹는다”라고 되어 있다. 또 <하동록(河東錄)>에는 “냉수 대신 술에 집어넣어 먹는다”라고도 되어 있다. 그리고 두보(杜甫)는 여름철의 식품으로서 냉도가 절호의 가미(佳味)라고 극찬했다.

6세기 위진남북조시대에 나온 <제민요술>이라는 농사책에도 메밀녹말 반죽이 든 바구니에 쪽구멍을 내고 면발을 뽑아내어 삶아먹는 등 면류의 조리법이 소개돼 있다. 그러나 이 책에도 냉면으로 차게 해서 먹었다는 언급은 없다.

우리의 냉면은 눈보라에 얼은 몸을 후끈한 온돌에 녹이면서 이가 시리도록 차겁게 해서 먹고 나면 배속에서 서서히 춘풍(春風)을 일으킨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은 중국 사람들이 더운 여름에 냉도를 즐기듯 우리도 더운 여름에 냉면을 즐기고 있으니 냉면의 참맛을 느끼기란 어렵다 할 것이다.

냉면이 문헌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최초의 기록은 17세기 조선의 대문장가였던 장유(1587~1638)의 문집 <계곡집>에 실린 시에 나온다.

‘자줏빛 육수에 냉면을 말아 먹고’란 제목의 이 시는 ‘노을빛 영롱한 자줏빛 육수(紫漿霞色映)/ 옥 가루 눈꽃이 골고루 내려 배었어라(玉紛雪花勻)/ 입 속에서 우러나는 향긋한 미각(入箸香生齒)/ 몸이 갑자기 서늘해져 옷을 끼어 입었도다(添衣冷徹身)’라고 묘사하고 있다.

▲ 냉면
장유의 싱그러운 묘사는 오늘날 우리가 느끼는 냉면의 맛, 느낌과 거의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신기하다. 자줏빛 육수의 정체가 자못 흥미로운데, 오미자즙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음식디미방> <규합총서> 등 조선 후기 음식 문헌에 국수를 오미자국에 만다는 대목이 나오기 때문이다.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도 그의 시문집에서 벗과 더불어 냉면·온면을 먹는 즐거움을 노래했고, 19세기 초 순조 임금은 야심한 밤에 달 구경을 하다 군직자들을 시켜 냉면을 만들게 한 뒤 같이 먹었다고 후대 중신인 이유원은 그의 저술 <임하필기>에서 전하고 있다.

한편 냉면의 꾸밈새가 구체적으로 나온 기록은 1849년에 쓰여진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겨울철 시식(時食)으로서 메밀국수에 무김치, 배추김치를 넣고 그 위에 돼지고기를 얹은 냉면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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