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주교의정부교구 주교좌의정부성당.
한국전쟁 직후 세워져
성당 건축물 변화 보여줘

양옥성당 원형 잘 보존돼
역사적 가치 인정받아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한민족임에도 서로에게 총을 겨눠야만 했던 한국전쟁. 전쟁은 많은 살상을 초래했다.

우리 민족은 가족과 친구, 재산 등 많은 것을 잃었다. 슬픔에 빠진 사람들은 선교사들이 전해준 기독교라는 종교를 더 의지하게 됐다. 미군의 헌금으로 만들어진 의정부성당에는 아직도 당시의 흔적이 남아 있다.

◆60년이 넘는 역사 갖고 있어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 3번 출구로 나와 300m쯤 걸으면 천주교의정부교구 주교좌의정부성당이 나온다.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2동에 있는 의정부성당은 다른 성당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경기북부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60년이 넘는 세월동안 많은 사람의 추억이 쌓였다.

‘의정부성당’이라는 화살표를 따라가면 성당 앞마당에 정면으로 돔형식의 나무가 보인다. 천주교 절기나 행사 때는 인형장식으로 꾸민다. 예수탄생일인 성탄절 등에 성당을 찾아 장식과 미사를 구경하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하자 없으신 성모성심 저희들의 정성한데 모아 성모님께 봉헌하나이다.”

입구에서 왼쪽으로 보면 가장 먼저 성모마리아상이 눈에 띈다. 큰 소나무가 성모마리아상을 감싸 안고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나무와 꽃으로 둘러싸여 있는 마리아상은 어머니처럼 푸근하다. 마리아상으로 가는 동그란 돌계단이 앙증맞은 모양새다. 그 앞에는 신자들이 놓은 것으로 보이는 장미꽃 한 다발이 눈에 들어왔다. 신자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

성모마리아상 옆에는 언제나처럼 초들이 타고 있다. 천주교에서 양초는 자신의 목숨을 버리므로 많은 죄인의 죄를 사했다는 예수처럼 자신을 스스로 태워 세상을 밝힌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 ‘십자가 길’ 끝에 있는 작은 연못에는 금붕어들이 헤엄치고 있다(왼쪽). 의정부성당 내부. 새롭게 재건축된 모습이다(오른쪽).
◆석조로 구축된 고전적 성당
고개를 돌리면 의정부성당의 핵심인 구의정부성당이 나온다. 한국의 60년을 함께 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벽돌 하나에도 사연이 담겨 있을 것 같은 이 성당은 역사와 가치를 인정받아 2001년 1월 16일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99호로 지정됐다.

개신교의 뾰족탑처럼 이 성당의 꼭대기엔 십자가탑이 있다. 그 아래로 두 개의 창, 하나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있으며, 그 밑으로 ‘IMMACULATE HEART OF MARY 하자 없으신 성모성심 교회’라고 적힌 돌패가 있다.

천주교에서 성모성심(Sacred Heart of Mary)은 하느님과 인간을 향한 성모의 사랑을 상징한다. 담쟁이넝쿨이 성당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점 또한 성모 마리아의 사랑을 나타내는 듯한 정취가 느껴진다.

이 성당은 한국전쟁 직후 세워진 건물로 당대 성당 건축물이 어떻게 변화됐는지를 잘 보여주는 건물이다.

1950년대를 전후한 시기의 성당건축은 내부에 열주(列柱, 줄기둥)가 없는 특징을 갖고 있으며 일제강점기보다 훨씬 단순한 형태로 정면중앙탑형의 종탑 양식은 일반적인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이런 유형을 양옥성당이라고 하는데 현재 평면 및 구조, 의장 등에서 건축사적 가치가 높고 원형이 잘 보존돼 있어 높이 평가받고 있다.

성당 내부로 들어가려면 신발을 벗어야 한다. ‘끼이익’하고 열리는 문소리에 고전적인 분위기를 기대했지만 새롭게 재건축된 모습이어서 아쉬웠다. 안에는 이전에 장의자가 배치돼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 사람씩 앉을 수 있는 작은 의자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성당 왼쪽으로는 고해성사를 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마련돼 있다.

◆작은 연못과 푸른 나무… 정원에 온 듯해
성당을 나와 오른쪽으로 작게 나 있는 길은 신자들이 묵주를 들고 기도를 할 수 있는 ‘십자가 길’이다. 여름을 맞은 각종 나무로 푸르게 장식돼 있는 이 길을 걷고 있으면 정원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이 길의 끝은 물레방아가 있는 작은 연못이 나온다.

조금 탁해 보이는 연못 안에는 빨간 비단금붕어들이 호기롭게 헤엄치고 있었다. 그 옆에 마련돼 있는 테라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니 더위가 싹 가신다.

연못 옆으로 2003년 새로 지은 성당이 이어진다. 구 의정부성당의 외관과 비슷하지만 훨씬 규모가 크며 쓰임새가 다르다. 건물 외부는 의정부성당 소속 유치원과 노인학교가 운영되고 있어 시끌시끌하다.

▲ 2003년 새로 건축한 의정부성당 앞 예수·요셉·마리아상.
◆도자기 굽다 생겨난 교우촌, 의정부성당의 전신
구한말 신유박해(1801), 병인박해(1866) 등 천주교 신자들은 박해를 피해 산으로, 들로, 굴로 숨어 숨죽이며 살 수밖에 없었다.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우고리와 경기도 양주시 남면 신암리 일대에도 박해를 피해 집단으로 공동체를 이루며 도자기를 굽다가 생겨난 이 교우촌도 그중 하나였다.
이들이 모여 이룬 덕정리본당(양주군 회천면 덕정리 역전 위치)이 1934년에 완공됐는데, 이것이 의정부성당의 전신이다. 1945년 덕정리본당의 김피득(의정부성당 1대 주임) 신부는 경기도 양주군 의정부읍 의정부리로 성당을 이전했다.

이곳이 현재 의정부성당의 위치다. 당시 5371㎡(1625평)의 대지를 사들이고 82㎡(25평) 정도 되는 한옥 1동을 사들여 수리해 임시 성당과 사제관으로 사용했으나 한국전쟁 때 소실됐다.

이후 1951년 박지환 신부가 2대 주임으로 임명됐으나 1.4 후퇴로 인해 부임하지 못했다. 1953년 이계광 신부가 당시 의정부에 주둔하고 있던 미1군단 군종신부인 로제스키 신부의 협조를 받아 미1군단 천주교 신자의 헌금을 성당건립비로 지원받아 현재의 성당을 건립했다. 이는 의정부 성당 입구에 남아 있는 명판이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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