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뉴스천지)

‘본인인증·소액결제’ 안 돼 고객 해지 줄줄이
“사업자 발목 잡는 서비스차별 제거가 우선”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얼마 전 알뜰폰(MVNO, 이동통신재판매)으로 통신사를 변경한 회사원 김모(38) 씨는 한 달 만에 위약금까지 내면서 어쩔 수 없이 서비스를 해지했다.

기본요금은 일반 통신사에 비해 30% 이상 저렴했지만 ‘휴대폰 본인인증’이나 ‘소액결제’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 평소 즐겨 사용하던 모바일 쇼핑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알뜰폰 활성화를 위해 지난 5월 다양한 지원 정책을 발표했지만 알뜰폰 사업자들은 서비스 차별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통사 핵심 서비스로 꼽히는 ‘휴대폰 본인인증’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 고객을 떠나게 하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지난해 정보통신망법 개정(2012년 8월 18일)으로 온라인상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본인확인이 금지되면서, 휴대폰을 이용한 본인확인이 보편화되고 있다.

하지만 법 개정에 따라 본인확인기관으로 인증받은 사업자만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게 됐다. 이에 이동통신 3사(SKT, KT,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2월 인증을 받았다. 문제는 여건이 안 되는 알뜰폰 사업자들은 인증을 받지 못했다는 것.

본인확인기관 등록을 위해서는 자본금 80억 원, 보안 전문기술 인력 8명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하는 데 대부분 영세한 알뜰폰 사업자가 이 조건을 충족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국민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마련한 법이 오히려 서비스 차별을 유발하는 역차별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도 고시 개정 등 대책마련에 머리를 싸매고 있지만, 반년이 넘도록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어 알뜰폰 사업자들의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법개정 전부터 휴대폰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던 알뜰폰 사업자(KT와 LG유플러스망 이용 사업자)들은 이통사의 전산망을 공유해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이는 법에 위반되기 때문에 언제 중단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곳은 SKT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사업자와 사용자들이다. 망을 제공하는 SKT가 방통위의 답변만을 기다리며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SKT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사업자들의 피해가 가장 크다”며 “힘들게 유치한 고객들이 줄줄이 해지를 한다고 해도 막을 방법이 없어 발만 구르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알뜰폰 사업자의 통신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한승주(가명, 32, 남) 씨는 “SKT도, 알뜰폰 사업자도, 방통위도 법 개정 탓만 하고 있다”며 “위약금 때문에 해지도 못하고 서비스 차별을 받고 있는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이 서로에게 잘못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 관련 한 전문가는 “정부의 대대적 홍보와 지원에도 알뜰폰 시장이 커지지 않는 데는 이런 핵심 서비스 차별의 영향이 크다”며 “가격 경쟁력이나 품질면에서 결코 이통사에 뒤지지 않는 알뜰폰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라도 사업자들의 발목을 잡는 서비스 차별부터 제거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