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주필)

 
중국 정부 초청에 의한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심신지려(心信之旅)’가 새로운 차원에서 새삼 세계의 관심을 동북아 중심 지역으로 모았다. 그 중심 지역은 한국과 중국이며 이번 여정의 초점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북한도 관련된다. ‘마음과 믿음을 쌓는 여정’, 바로 ‘심신지려’, 그 슬로건이 던지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했다. 신뢰가 없이 이루어지는 일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의 숙원인 남북통일을 이루는 작업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 심신지려의 화려한 주역으로서 우리와 세계의 주목을 모았고 그를 맞는 시진핑(攝位平) 주석과 중국 지도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심신지려’는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에 던지는 짝사랑과 같은 메시지가 아니다. 오히려 중국이 우리에게 더 하고 싶어 갈망하던 메시지를 대변해준 슬로건일지 모른다. 왜냐하면 한국과 중국 두 나라는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 한반도 통일, 두 나라의 번영을 위해 중국은 한국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며 한국 역시 중국이 그 같이 중요한 역사적 필연(必然)성에 두 나라의 인식이 수렴되는 때가 왔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그 때를 살린 절호의 기회였고 박 대통령을 초청한 중국 정부 역시 그 호기를 놓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와 시진핑 정부는 똑같이 두 나라에서 각기 출범한 지 얼마 안 되는 새 정부라는 점에서 이번 심신지려의 의미를 각별하게 해주었다.

중국으로서는 미국이 태평양 국가임을 선언하고 이 지역에서의 국익 추구와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는 마당에 한‧미‧일 3국의 결속마저 강화되어 그들을 옥조이는 상황은 좀체 참아 내기가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껄끄러운 미국 일본보다는 우선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통일을 위해 협력하고 주고받을 것이 많은 한국과 신뢰 관계를 긴밀히 하고 관계를 심화 발전시키는 것이 그들에게는 비교적 수월하면서 숨통을 트는 긴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인민’의 생존을 중국에 의존하며 핵 개발로 세계적 골칫거리가 된 북한, 개혁개방을 거부하는 퇴행적인 폐쇄의 세습왕조 북한, 도발적이며 호전적인 선군정치의 북한을 비호하며 북한과의 전통적인 혈맹의 관계를 조금도 희생하지 않으면서 한국과의 관계를 소홀히 한다면 그거야말로 그들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소탐대실이며 역사적인 과오가 될 것이라는 판단을 못할 리가 없다. 단박에 북한을 버릴 수는 없겠지만 중국은 세계 속에서 당당한 한국과의 관계를 심화 발전시켜나가면서 북한과는 슬슬 멀어지고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국익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외교 관계는 아주 냉정한 국가적 비즈니스(Business)다. 주고받는 대차대조표가 균형을 이룰 때 외교는 원활하게 돌아간다. 우리의 반쪽인 그 북한은 이제 와서는 세계로 뻗어 가는 중국에게는 손톱 밑의 가시이며 귀찮은 짐이고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 방문에서 ‘오랜 친구’로 불리며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모르긴 몰라도 자존심 강한 ‘중화(中華)’의 나라에서 박 대통령만큼 그렇게 극진하고 열렬하게 환영을 받은 국가 원수는 지금까지 없을 것이다. 거기에는 그만큼 기본적으로 경제와 안보, 동북아의 미래와 기타 지정학적 측면에서 두 나라가 서로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절박한 시점에 와있음을 웅변해준다.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의 시진핑 주석과의 개인적인 친분, 중국 전통문화에 대한 뛰어난 인문학적 학식과 어학실력, 강인함을 내면에 간직한 그의 인간적인 우아함과 절제 및 내공, 국가 지도자로서의 수준 높은 품격이 중국 지도자들과 인민들을 감복하게 한 것이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박 대통령에 대한 환대는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과 만찬, 퍼스트레이디이며 국민가수인 펑리위안 여사가 동석한 파격적인 예우로 알려진 오찬, 리커창 총리 및 장더장 상무원장과의 회담, 시진핑 주석의 모교인 칭화대 연설 현장 등에서 여일(如一)하게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한중 기업인들과의 모임, 시진핑 주석의 아버지 고향이며 그의 정치적 연고지이자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중국 서부 개발의 중심지인 시안 방문을 통해서도 나타났다. 박대통령의 중국 방문 동안 나타난 중국의 ‘박근혜 열풍과 인기’는 중국 대륙에 불고 있는 한류와 비견할 ‘박근혜 신드롬(Syndrome)’이라 할 만했다.

세계는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대해 한국과 중국 두 나라 관계의 심화 발전은 물론, 북한이라는 골치 덩어리가 있어 답답했던 동북아와 한반도의 미래 비전에 대해 한중 양국이 공감을 통해 새 역사로 가는 분수령을 이루어냈다고 평가할 만하다고 믿는다. 중국과 한반도 통일 논의의 물꼬를 공식적으로 트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웠던 우리 국민에게도 박 대통령이 자연스럽고도 과감하며 정연하게 통일 논리를 설파함으로써 우리의 미래에 대해 커다란 희망을 갖게 했다. ‘중국은 한반도 통일의 동반자가 돼 달라’ ‘한반도가 통일이 되면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며 세계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될 것이다’ ‘한반도가 통일이 되면 중국 동북 3성(省)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등의 명쾌한 논리로 시진핑 주석의 원칙적인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로써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의 최고 지도자를 만나 통일 논의를 최초로 공식화 한 한국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 자명하다.

그의 중국 방문 성과는 그를 환대한 중국의 분위기에 걸맞게 허다하지만 첫 걸음에 이 만큼 깊은 통일 논의를 해낸 것은 무엇보다 빛나는 성과인 것이 분명하다. 그는 우리의 숙원인 한반도 통일의 가장 중요한 첫 관문을 뚫었다. 미소가 잔잔하고 외모는 부드럽지만 그는 진정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말한 대로 놀랍게 터프한 철의 여인임에 틀림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자신이 누구보다 뛰어난 중국통임에도 용의주도한 사전 준비를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의 일거일동과 언행에 한 점의 허점도 보이지 않았다. 칭화대 연설 현장에서 파주에 묻혀있는 중국인민해방군 시신을 돌려주겠다고 말한 것도, 비록 그는 그렇게 말했지만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할 말을 잊고 뒤늦게 한 말로 들리지는 않았다. 박 대통령을 국빈으로 맞는 중국 측의 사전 준비도 용의주도함에서 한국 측에 절대로 뒤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피차 철저한 지피지기(知彼知己)를 밑바닥에 깐 ‘심신지려’이며 윈-윈(Win-win)의 초청이고 방문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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