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공휴일 지정·정전 60년 기념, 세계평화작가 한한국 일대기

아내의 부정적인 반응에 그가 물었다.

“그럼 얼마나 크게요?”

“적어도 당신 키의 세 배는 되게, 한 5m 정도는 돼야 사람들이 놀라지 않겠어요?”

“아니, 무슨 여자가 배짱이 그리 커요?”

한한국은 어이가 없었지만 가만 생각하니 아내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세계화 바람에 부응하려면 그 정도는 돼야 반향을 일으킬 것 같았고, 작품이 완성되면 로마 교황청으로 보낸다는 계획까지 이미 세워 놓았기 때문이었다.

“딴 걱정은 말고, 글씨 쓸 준비가 끝났으면 그런 큰 한지를 어디서 구할 수 있을지 찾아나 보세요.”

당시 윤 시인과 연애 중이던 한한국은 그녀의 논술학원을 리모델링한 널찍한 집에서 함께 지내고 있었다.
“고마워요. 그럼 인사동에 가서 알아볼게요.”

다음날 인사동을 찾은 한한국이 그동안 한지를 구매했던 가게로 들어갔다.

“저 한 5m짜리 한지를 구할 수 있을까요?”

“5m 크기로요? 아유, 한 작가! 여기가 중국인 줄 알아요? 아니 중국에서도 그런 큰 한지는 못 구할 겁니다.”

몇 집을 다니며 수소문했지만 같은 대답이었다. 그렇다고 한지를 누덕누덕 이어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할 수 없이 5m짜리 초대형 한지를 주문 제작하기로 했다. 그런데 가격을 천문학적 단위로 불렀다.

“한 장에 500만 원이면 한번 해보죠. 그것도 자신은 없습니다.”

상상을 초월한 가격이긴 했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손으로 쓴 한글 십자가>를 만들려면 어떤 어려움이나 경제적 부담도 감수할 수밖에. 다행히 세계화 바람에 힘입어 윤 시인이 운영하고 있던 논술학원이 한창 잘 나가던 터여서 초대형 한지를 특수 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또 하나의 벽에 부딪혔다. 십자가에 한글로 써넣을 내용을 성경으로 정했지만 그중 무엇을 담느냐가 문제였다.

“하나님, 저에게 성경의 어떤 부분을 담아야 할지 인도하여 주십시오!”

특별한 종교 없이 어머니가 절을 찾거나 정화수 떠놓고 비는 모습만 봐왔던 그로서는 생전 처음으로 하는 기도였다. 무릎을 꿇고 성경책을 두 손으로 든 채 한한국이 다시 고했다.

한한국·이은집 공저

▲ ●작품명: 반기문의 평화 ●제작년도: 2013년 ●작품크기: 가로 2m 50㎝ x 세로 1m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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