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생기한의원 박치영 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피부질환 치료위해 10여 년간 연구 지속
간호사였던 어머니 영향, 한의사 길 선택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정말 긁지 않으면 피부질환이 낫나요’ 피부질환을 앓는 환자가 질문하면 그는 “그렇다”고 답한다. ‘보습제를 많이 쓰면 안 좋나요’라고 또다시 물으면 “보습제를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한다.

‘피부가 살아야 내 몸이 산다’의 저자 박치영(38) 원장의 말이다. 지난 3일 만난 박 원장은 서울 서초구 교대 부근에서 ‘생기한의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생기한의원은 피부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곳이라 환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들은 박 원장의 적절한 진단과 치료법, 그리고 그의 친절함에 병원을 다시 찾고 있다.

또 다른 공동 저자인 윤옥희 씨는 그의 부인이다. 대학 시절 박 원장의 후배였던 윤 씨는 현재 생기한의원 대전점을 운영하고 있다.

부부가 공동 집필한 이 책은 결혼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책 속에는 아토피, 건선, 지루성 피부염 등 난치성 피부질환에 대한 다채로운 정보가 기록돼 있다.

환자들이 박 원장의 진료를 신뢰하는 이유는 밤낮 가리지 않고 피부질환을 연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부질환에 대한 치료법이 적힌 교과서는 없습니다. 의사의 풍부한 치료 경험만이 피부질환 환자의 병을 낫게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현대사회는 환경이 계속 변하고 있고, 환자들마다 조금씩 증상의 차이가 있어 끊임없는 연구가 이뤄져야 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임상실험’이다. 박 원장은 피부 질환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자신의 몸에 임상실험을 했다.

“아토피가 너무 심한 사람과 같은 방에서 잠을 잔 적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자는 동안 피부를 계속 긁었습니다. 얼마나 심하게 긁었는지 피가 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고, 자는 내내 계속 피부를 긁었습니다.”

박 원장은 ‘계속 긁는 것이 피부에 얼마나 해로울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됐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자신의 몸에 임상실험을 했다. 그는 아토피 증상이 전혀 없는 팔뚝을 오른쪽은 3~4일간 계속 긁었고 왼쪽은 전혀 긁지 않았다.

그 결과 오른쪽 팔뚝은 손톱으로 인해 표피층에 상처가 생기고 그 틈으로 세균이 감염돼 붓고 붉어지게 됐다. 실제로 그가 찍은 사진(왼쪽, 오른쪽 팔뚝 모습)을 본 환자들은 ‘깜짝깜짝’ 놀란다고 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환자들은 긁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어 그는 ‘보습’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박 원장은 “보습제를 사용하는 게 좋을까요”라며 기자에게 물었다. ‘당연히 사용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기자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보습제는 피부의 건조함을 일시적으로 해결해 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합니다. 특히 아토피 피부염 등 각종 피부질환을 만성적으로 고착화시킬 우려가 있어 보습제를 사용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실제로 아토피 피부염 초기 증상을 지닌 소아 환자가 그의 병원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소아 환자의 복부는 우둘투둘한 닭살이 가득했다. 이 환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보습제를 발랐지만 피부는 갈수록 건조해져만 갔다. 정말 의아한 일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친 것이 아니라 환자는 모공이 점점 막혀 ‘모공각화증’까지 발병했다.

박 원장은 “시중에 판매되는 보습제는 합성 화합물로 만들어져 피부가 연약한 민감성 피부, 지나치게 건조한 피부에 독이 될 수 있다”며 “(보습제를)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이상적인 것은 피부가 스스로 ‘막’을 만들어 수분이 증발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라고 덧붙었다.

박 원장이 한의사의 길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운명인 듯 그는 한의사가 됐다.

박 원장의 어머니는 간호사였다. 어린 시절 예방접종은 늘 어머니가 해주셨다. 어머니 덕분에 의술이 낯설지 않았다. 어머니가 근무하는 보건소에 가면 환자들이 있었고, 어머니가 진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렇다 보니 박 원장도 환자의 생명을 치료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너무나 당연하게 말이다.

군대 시절 박 원장은 보건소에서 ‘공중보건의’로 3년간 근무했다. 당시 그는 보건소에서 ‘임신육아교실’을 담당했는데, 이때 아토피 환자를 만나게 됐다.

“밤잠을 못 자고 몸을 긁는 환자들을 수없이 봤습니다.” 아토피에 대한 연구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10여 년 동안 그는 한 번도 연구를 소홀히 한 적이 없었다. 늘 새로운 환자들이 병원을 찾기 때문이다.

이렇게 축적된 노하우는 오늘날 그의 진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인터뷰 말미에 박 원장은 피부질환을 앓는 환자들에게 올바른 식습관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피부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대부분은 식습관이 좋지 않습니다. 술을 많이 마시거나, 인스턴트, 고기 등의 기름진 음식을 좋아합니다. 이들은 피부질환을 더욱 악화시키기 때문에 섭취하지 않아야 합니다.”

박 원장은 가공하지 않은 음식, 자연 그대로의 음식을 섭취할 것을 요구했다. 가열조리 음식보단 신선한 채소를 섭취하는 것이 좋고, 껍질이나 뿌리, 잎 등을 통째로 먹으면 다양한영양소와 면역력을 강화하는 물질을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피부가 자신의 몸 상태를 대변한다고 말했다. “피부에 나타나는 이상 증상은 단순히 피부에 독소물질이 접촉돼 생기는 것만은 아닙니다. 우리 몸은 혈관과 신경 등으로 이뤄졌으므로 단순한 피부질환이라고 해도 온몸에 대해 골고루 살펴봐야 합니다. 피부가 살아야 내 몸이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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