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록 공개 이후 냉각 국면… 北 크게 반발할 듯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국가정보원의 지난 2007년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특히 남북 두 정상의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는 점에서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남북 당국회담 무산 이후 냉각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북한이 대화의 테이블로 나오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정상회담 회의록이 공개된 데 대해 북한이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북한에서 최고 존엄으로 인식되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발언이 공개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북한이 강하게 반발할 경우 남북 양측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는 데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북한이 ‘맞대응’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몽준 전 대표 등의 방북 당시 대화록을 공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결국 신뢰를 중시하는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과 맞물린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누가 대화를 하고 협상에 나서겠느냐. 진정성이 담긴 대화를 할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하며 “신뢰프로세스가 아닌 대결프로세스”라고 비난했다.

더욱이 북한은 최근 남북회담 무산 이후 주변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에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데 이어 중국과의 전략대화에 나선 것. 이 때문에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로 대화의 벽이 더욱 두터워질 경우 북한으로선 우리 정부와의 대화를 더욱 꺼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정상외교에 미칠 영향에도 주시를 하고 있다. 다른 정상과의 대화록을 공개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와의 정상외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상회담에서 이번과 같은 사례가 발생할 경우 상대국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등 외교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은 농후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오는 27일부터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시진핑 주석이 박 대통령을 신뢰하고 모든 이야기를 다 할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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