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수사·언론보도에 짓밟힌 학교생활

 

▲ 지난 18일 추모 현수막이 걸린 영훈국제중 정문. (사진출처: 천지일보 DB)

학생 “악플 참을 수 있지만 학교 사라진다면 슬플 것”
학부모 “비리 때문에 학교 존폐 말하는 건 비교육적”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학생과 교사가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교육청이 영훈국제중학교에 전문 심리 상담사를 투입하고 지원하기로 했으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학교 폐지 논란과 ‘귀족 학교’라는 수식어 등으로 ‘입시 비리’와 상관없는 아이들까지 심리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청와대 자유게시판과 서울시 교육청 게시판 등에는 영훈국제중 학부모와 학생들의 이같은 심경을 잘 나타내 주는 글이 여러개 올라왔다. 정당하게 입학한 대부분의 학생까지 몇몇 어른들의 실수와 잘못으로 피해를 입으면 안 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감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목소리가 컸다.

◆학생들 “학교·꿈 지켜달라”
서울시교육청 게시판에서 자신을 김희겸이라고 소개한 1학년 학생은 “일요일 밤에 접한 뉴스 속보들은 충격, 그 이상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학생은 “숙제를 하다가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는 수많은 기사는 우리의 마음을 지치게 한다”면서 “우리들이 학생으로서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영훈국제중 1학년 김지윤 학생은 “많이 슬펐다. 언니, 오빠들은 더 슬펐을 것 같다. 3년을 함께 생활하던 아버지 같은 교감선생님이 영원히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났기 때문”이라면서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2 학생은 故 김 교감에 대해 “이번 일은 매우 충격이었다”면서 “교감선생님은 수업시간에 우리가 집중을 잘하고 있는지, 열심히 수업받고 있는지 항상 미소로 지켜봐 주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의 잘못된 행동 때문에 등굣길 지하철에서 받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과 학교 관련 기사에 달린 악성댓글 등은 참을 수 있지만 우리가 자랑스럽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학교가 사라지는 것은 슬플 것 같다”며 학교가 폐지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내비쳤다.

◆학부모들 “아이들 더이상 상처받게 하면 안돼”
청와대 자유게시판에는 김 교감 사건 이후 학생들을 걱정하는 학부모들의 글이 이어졌다.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강유미 씨는 “여론에서는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인권보호의 기본을 넘어 특정인의 비리를 선량한 대다수의 학생과 가족들, 그리고 학교전체를 폄하하고 매도하는 쪽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자녀에 대해 “일반전형과 서류심사를 거쳐 공정한 추첨을 통해 당당히 이 학교에 입학했다”고 소개한 뒤 “학교재단의 비리가 있다면 밝혀서 더 투명한 학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맞지만 재단 비리 때문에 학교의 존폐를 말하는 것은 정말 비교육적”이라고 꼬집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고진광 공동대표도 영훈국제중 사태 이후 지난 몇 달간 아이들을 배려하는 모습은 검찰 수사나 언론보도 등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아이들이 수업받고 있는 시간대에 압수수색이 이뤄지고, 무차별한 언론보도로 이미 학생들이 많은 상처를 받았다는 게 고 대표의 말이다.

고 대표는 “이번 일은 기업이 아니라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벌어진 일이다”면서 “폐지를 논할 때가 아니라 아이들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고인이 된 김 교감에 대해서도 확실한 수사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언론에 범죄자인 것 마냥 비쳐졌다”면서 ‘마녀사냥’감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고 대표는 강남 언남중에 이어 이달 20일경 영훈중과 함께 6.25 참전 유공자 돌봄 사업을 할 예정이었다.

고 대표는 “교감선생님은 누구보다 인성교육에 뜻이 있으셨다. 80대 전쟁세대 어르신을 찾아뵙는 봉사활동에 영훈중 전교생이 참가할 계획을 세웠던 당사자가 이제는 고인이 된 김 교감”이라면서 “그동안 언론의 집요한 마녀사냥만 아니었어도”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다시 한 번 “바로잡아야 할 것은 한국 교육의 부조리와 무책임한 언론의 태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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