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인수’ 권유… 빚과 마음의 병만 남아

[천지일보·천지TV=손성환 기자] 작년 12월 24일 영업을 시작한 31살 여 청년. 10년 동안 성실히 아르바이트를 해왔던 청년은 세븐일레븐 FC(점포 영업담당자)의 권유로 유례없는 3개월 계약을 맺고 점주가 됐다.

‘나도 가게 한 번 갖고 싶다’라는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청년에게 남은 건 마음의병과 분노 그리고 대부업체에 빌린 빚.

400만 원의 교육비가 없어서 청년 점주는 운영에 관한 기본 설명도 들을 수 없었다. 시작부터 반품상품을 떠안았지만 반품하는 방법조차 알지 못했다. 결국 반품하지 못한 먹지도 팔지도 못할 모든 상품은 집으로 가져왔다. 

“욕만 안 했지 윽박지르고, 안전을 위한 CCTV 설치 요구도 들어주지 않아…”
점포 운영 시작부터 요구했던 CCTV 설치는 해주겠다던 처음 FC의 말과는 달리, 정식계약 후에나 설치를 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청년 점주는 혹여나 아르바이트생이 위험에 처하지는 않을까 밤새 불안했고 불면증에 시달렸다. 점포 운영 중에 도난 카드 범죄에 노출되기도 했지만 CCTV가 없어서 범인을 잡을 수 없었고, 도난 카드로 사용된 비용도 청년 점주가 다 지불해야 했다.

청년 점주는 하루 16시간을 일해야 했고, CCTV가 없는 불안감은 심해져 불면증으로 정신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의사는 우울병과 불면증으로 인해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청년 점주는 열심히 일 했지만 돈을 벌 수 없었다. 1월 영업이익은 230만 원이지만 아르바이트비는 300만 원, 공과금도 납부해야 하고 들어가야 할 돈이 더 필요했다. 결국 대부업체에서 금리 38%의 빚을 냈다. 생애 처음 겪어보는 빚이다.

청년은 이 모든 상황을 견디지 못해 결국 자해도 하고, 수면제 약 70알을 삼켰다. 그 뒤로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청년은 말한다.

세븐일레븐 운영 이후 처음 진료를 봤던 담당 의사는 말한다. 모든 걸 잊어야 한다고. 그러나 청년은 끊임없는 빚 독촉 전화를 받아야 한다.

10년 넘게 열심히 일 해왔던 편의점 경험에서 점주의 꿈을 키워봤지만 31살 여 청년의 꿈은 세븐일레븐의 횡포에 무너졌다.

점주들의 피해 사례가 알려지자 세븐일레븐 본사는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저매출 점포 500곳을 위약금 없이 점진적으로 폐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상황 수습에 급급한 '눈가리고 아웅' 식 발표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 점주는 마음의 병과 빚을 안은채 지난 5월 31일 합의해지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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