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공휴일 지정·정전 60년 기념, 세계평화작가 한한국 일대기

나중에 겪고 보니 경기도의 전달식은 그나마 나은 축에 속했다. 전달식에서 예우라도 받았으니 말이다. 경상북도의 경우는 한술 더 떴다. 오전 11시에 전달식 행사를 가졌는데 감사패 하나 달랑 주고 나서 15분도 안 돼 그만 가보라는 것이었다. 찻잔의 차도 채 마시지 못하고 일어서야 하는 그의 심정은 참으로 착잡했다.

몇 명의 지인을 데리고 갔기 에 그는 개인 돈을 들여 팔공산으로 가 그들과 마음을 달래고, 6천 원짜리 비빔밥을 눈물로 비벼먹었다. 경상북도는 거리도 멀어서 기름 값도 만만치 않았는데, 더욱이 이때는 차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더 가슴이 쓰렸다.

그렇지만 강원도의 전달식 행사는 또 달랐다. 12시에 행사를 하자는 걸 점심시간을 피하려고 일부러 3시에 잡았었는데, 감사하게도 김진선 강원지사가 다른 도는 몰라도 강원도에서만큼은 이대로 그냥 그를 보낼 수 없다며 1호차까지 내주는 것이었다.

“강원도는 다릅니다. 강원도야말로 분단된 유일한 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작가님의 작품에 남다른 애착과 존경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 사양 마시고 강원도 구경 좀 실컷 하다 가세요.”

반달곰이 새겨진 멋진 감사패를 받아들고 한한국은 소양강 댐과 식물원 등을 관람하며 모처럼 즐겁고 흐뭇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제주도의 우근민 지사 역시 몇 년이나 걸린 작품을 그냥 받는 건 안된다며 오시면 제주도 최고 특급호텔의 VIP룸에 모시겠다고 했지만, 폐를 끼치는 것이 우려되었던 한한국은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김포공항에서 간략하게 전달식을 가졌다.

이처럼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각 도에 화합지도를 기증하고 나자 그에게 연이어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다.

<뉴욕 한국문화원 특별전시회>가 열리게 되었고, UN 22개국 대표부 기념관에 세계 각국의 평화지도를 영구 소장하게 되었다. 한한국은 이 모두가, 그의 조상인 한석봉인 듯한 도인이 꿈에 나타나 작품에 대한 약속 즉 무료 기증을 지키라는 말씀을 끝까지 따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후부터 한한국이란 이름이 차츰 알려지게 되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하루는 MBC TV의 인기 프로그램 담당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지도에 관한 방송을 기획하고 있다고 했다. 김정호 선생의 대동여지도부터 항공측량으로 현대적 지도를 만드는 수원의 국토정보지도원 얘기까지 다루는데, 한한국의 평화지도도 꼭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한국·이은집 공저

▲ 사상 최초 대한민국 강원도 평화·화합의 지도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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