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직전 이희호 여사의 절박한 심정이 담긴 마지막 기도내용이 알려졌다.

18일 최경환 비서관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20분쯤 병원 측의 연락을 받은 가족과 측근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이희호 여사는 “하느님,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저희에게 보내주세요”라고 기도했다.

이때 권노갑·한화갑·한광옥·김옥두·박지원 의원과 안주섭 전 경호실장 등 측근들이 병실을 지켰다. 장준 주치의를 비롯한 병원 의료진도 자리에 함께했다. 이들과 유족은 모두 함께 김 전 대통령에게 “사랑해요”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로부터 20여분 뒤인 1시 43분 김 전 대통령은 평온한 얼굴을 한 채 영영 세상을 떠났다. 박지원 전 비서실장은 고인의 마지막 순간을 회상하면서 “가족 모두가 돌아가면서 인사를 했다. 내가 (故 김대중) 대통령을 오래 모셨지만 그렇게 평온한 모습은 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하루 전날인 17일에도 이희호 여사는 신앙의 힘을 의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마지막 면회 시간인 오후 7시 45분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꼭 일어날 거예요. 하느님께서 당신을 지켜주시고 일어날 힘을 주실 거예요. 꼭 일어나실 거예요”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유서와 관련해서는 아직 존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박 전 비서실장은 “(김 전 대통령이) 여사님께도 특별히 유서를 남기시지 않으셨다. 그러나 대통령께서는 굉장히 섬세한 분이기 때문에 혹시 생전에 쓰시던 책상이나 서랍, 이런 것들 속에 유서가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해 유서의 존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이희호 여사의 말을 인용, 김 전 대통령이 입원하기 며칠 전까지만 해도 계속 일기를 썼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강이 나빠지면서 일기 쓰기는 중단됐지만 그는 고인의 일기 속에 혹시 유서 내용이 담겼는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전 비서실장에 따르면 상·하권으로 된 김 전 대통령의 자서전은 거의 탈고가 끝난 상태다. 그는 “원고를 정리해서 나중에 완결되면 발간을 하시겠다는 여사님의 말씀 계셨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의 공식 분향소는 우선적으로 서울광장이 선정됐다. 이곳에서 19일 오전 9시부터 조문객을 받을 예정이다. 공식 빈소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국회와 서울역사박물관 중 19일 최종 결정될 방침이다.

장례절차나 국장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박 전 비서실장은 이희호 여사와 상의했다면서 “제가 정부와 접촉을 해서 결정할 것이나 좀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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