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주필)

 
글로벌호크(Globalhawk), 프레데터(Predator), 리퍼(Reaper), 어벤저(Avenger) 등은 사진으로 보거나 귀로 많이 들어 익숙해진 미군의 무인기, 바로 드론(Drone)이라고 부르는 것들의 이름이다. 이 드론의 등장으로 병력이나 장비, 지형적 제약에 따라 한계를 갖는 전역(戰域)이 무한대로 넓어졌다. 드론은 매서운 눈으로 조용히 고공을 날며 지상을 감시한다. 먹이 감을 노리고 소리 없이 나는 공중의 포식자 독수리와 같다. 드론은 실시간으로 첩보를 수집하고 이에 즉각 대처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일단 표적을 포착해 미사일을 발사하면 비록 고속으로 움직이는 목표물일지라도 빗나가는 법은 없다. 죽음 아니면 파괴다. 외과 수술적이며 놀라운 정밀 공격능력이다.

이 같은 드론을 미군은 현재 7500대 이상 운용하며 그 숫자를 더 급속하게 늘려가는 중이다. 드론은 첨단 과학 기술의 총화(總和)로 만들어지는 첨단무기다. 그 드론의 가공할 성능과 운용 능력, 보유 대수 면에서 미국을 따라갈 나라는 아직 지구상에 없다. 중국이 미국의 드론 기술을 훔치기 위해 해킹(Hacking)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논외로 하고 글로벌호크와 비슷한 모양의 드론을 만들어 시험하는 모습이 공개되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은 미국의 그것에 비한다면 장난감 수준에 불과한 것이라고 짐작된다. 첨단 드론을 만들기 위해서는 초소형 첨단 센서(Hyperminiaturized sensor), 예민한 감도(感度)의 소형 카메라, 작고 빠른 칩(Chip), 내구성은 길지만 가벼운 배터리, 가속도계(Accelerometer), 회전의(Gyroscope), 자력계(Magnetometer), 초음파 고도계, 첨단 레이더 등 짧은 과학 기술 역사를 가진 나라들은 감히 동원하기 어려운 수준 높은 기술들을 고루 갖추고 총동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소련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해 막대한 인명 피해를 내며 10여 년 동안 전장(戰場)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끝내는 손을 들고 말았다. 이에 비해 미군은 베트남전의 악몽을 재현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아프가니스탄의 군사 정정을 놀랍도록 안정되게 잘 통제하고 있다. 이는 드론의 활약 덕분이다. 아프가니스탄의 반정부 게릴라 전사들인 탈레반은 드론의 공포에 질려 낮이나 밤이나 험준한 산악의 동굴에 몸을 숨기기 바쁘다. 몸과 전투 장비를 노출했다가는 그들이 드론을 보기 전에 드론이 먼저 그들을 보고 치명적인 핀 포인트(Pin point) 정밀 공격을 퍼붓는다. 형편이 이러함으로 미군을 상대로 전면전은 고사하고 산발적인 전투라도 진정 전투다운 전투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치를 엄두를 내지 못한다. 만약 미군이 1950년 북한에 의한 6.25 남침 전쟁 때 글로벌 호크와 같은 성능을 가진 드론을 가졌었더라면 중국인민해방군이 꽁꽁 언 압록강을 대규모로 몰래 건너와 평안북도 산악에 매복해 반격에 나서기 전에 포착해 섬멸할 수 있었을 것이다.

드론은 전쟁의 개념에 혁명을 가져왔다. 전략 전술, 전쟁 이론, 지도자와 미디어 및 대중의 전쟁에 대한 정의와 판단 등 전쟁에 관련된 것이라면 드론은 모든 것을 혁명적으로 달라지게 했다. 밤을 틈타긴 했지만 30만 병력이 한꺼번에 압록강을 건너오는 것을 몰랐던 6.25 전쟁은 눈 먼 전쟁이나 다름없었다.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전천후로 먹이 감을 찾는 독수리의 눈, 매의 눈을 번뜩이는 드론이 있는 지금은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인해전술 역시도 불가능하다. 첨단 군사력의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오늘의 중국은 물론 그 때의 중국은 절대로 아니다.

어떻든 우리에게는 우리가 소망하는 평화와 국민의 행복을 위해 글로벌호크나 프레데터 리퍼 어벤저 수준의 적정을 샅샅이 감시하고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 드론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때가 왔다. 북은 핵과 생화학 무기의 비대칭 군사력을 갖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휴전선과 북방한계선(NLL) 일대에 포화력을 조밀하게 배치해 우리를 위협한다. 수적으로 우리보다 월등한 공기부양정과 잠수함, 특수 병력을 실어 나르는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 AN2 수송기도 위협적이다. 평화는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다. 이들의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필요한 드론을 도입하거나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은 결코 낭비가 아니라는 것에 국민적인 합의가 못 이루어질 이유가 없다. 국산 크루즈 미사일이 목표물 1천㎞ 밖에서, 유럽에서 도입하는 타우루스 미사일이 500㎞ 떨어진 거리에서 평양의 지하 전쟁 지휘본부나 김정은의 집무실 창문을 뚫고 들어가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을지라도 실시간으로 적정을 살피는 드론이 먼저 움직여준다면 적의 섣부른 준동을 막는 데 더 효과적일 것이 아닌가.

미군이 드론을 도입하는 등 전쟁의 무인화에 공을 들이는 데 활용하는 논리는 명확하다. 드론은 크루즈 미사일에 의한 공격보다 훨씬 더 뛰어난 순발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그 논리의 요체이며 주요 포인트다. 왜냐하면 드론은 첩보를 수집하면서 전장(Battlefield)의 상공에 오랜 시간 떠 있을 수 있으므로 견적직격(見敵直擊)이 가능하지만 크루즈 미사일은 발사준비에 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함으로 긴급 상황에 대한 대처에 있어 드론보다 훨씬 더딜 수밖에 없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드론은 적에게는 심대한 타격을 가하면서도 자국 군의 희생은 최소화할 수 있으며 동시에 국방비가 축소되는 상황에서 엄청난 병참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드론은 또 지상의 지형적인 장애가 그것의 운용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먼 곳에 드론을 띄워 불시에 적을 공격하면 실병력과 장비를 그곳에 보내 싸우는 것이나 다름없는 효과를 거두게 되는 것이다. 주둔 지역 확대 효과다.

드론은 스마트폰과 3-D 프린팅 기술과 함께 지난 10여 년 동안 나타난 몇 가지 안 되는 기존의 첨단 기술 중에서도 완벽히 변형적인 차원의 신기술이다. 따라서 드론은 어떤 나라의 첨단 군사력의 상징일 뿐 아니라 첨단 경제 기술력의 상징이다. 이것이 목하 세계 여러 나라로 하여금 드론의 연구 개발에 몰두하게 하는 이유다. 이 신기술은 이제 본격적으로 민간 부문으로 흘러 들어가 광범하게 활용됨으로써 전쟁의 형태에 혁명을 가져왔듯이 평화의 형태와 그것의 유지 방법도 바꾸어 놓을 태세다.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우려로 여론이 들끓는 것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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