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공휴일 지정·정전 60년 기념, 세계평화작가 한한국 일대기

“감사합니다. 그럼 저도 이제 조건을 하나 말씀드리죠. 무상으로 기증하되 그 사실을 기록으로 남겨 주십시오. 제가 대한민국 각 도의 화합지도를 만들어 첫 번째로 기증하는데 그만한 증거는 남겨 주셔야죠.”

“아니, 그건 안 됩니다. 주고받으면 됐지 무얼 어떻게 더 합니까? 지사님의 감사패는 드리죠.”

이렇게 해서 한한국은 6년 동안 심혈을 바쳐 제작한 <경기도 화합지도>를 달랑 감사패 하나와 바꿔 버렸다. 참으로 허망한 일이었다. 그런데 전달식에 갔더니 당시 손학규 경기지사가 그를 반기며 말했다.

“저는 <경기도 화합지도>란 명칭에 단순히 보통의 서예 붓글씨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 작품 안에 그렇게 훌륭한 내용이 담겨져 있고, 또 그처럼 훌륭한 글씨로 새겨진 우리 도의 화합을 기원하는 지도인 줄 몰랐습니다. 그러니 올해의 제야 타종식을 하는 도라산에서 정식으로 <경기도 화합지도> 전달식을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제야 사심 없는 그의 작품의 진가를 인정받아, 2002년 12월 31일에 경기도의 도라산 제야타종식에서 전달식이 거행되었다. 전달식이 끝나자 행사 담당자가 느닷없이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이건 저희의 조그만 성의니까 받아 주세요.”

말하자면 관공서에서 의례적으로 주는 금일봉이었던 셈이다. 한한국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왜 이러십니까? 제가 받으려면 진작 받았지요.”

사실 전혀 욕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늘이 바로 아내의 생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일 파티는 고사하고 아기 우윳값조차 없었다. 이곳까지 올 때도 교통비가 없어 지인에게 간신히 5만 원을 빌려서 왔다. 그러니 금일봉이 얼마인지는 몰라도 당장 받아서 아내에게 꽃다발이라도 선물하고 아기 우유를 사야 할 만큼 절박한 상황이었다.

‘어서 돈을 받아라! 네가 뭔데? 평화운동을 한다고 누가 알아주기라도 하더냐?’ 그의 안에서 또 하나의 그가 소리쳤지만 그때는 이미 한한국의 손이 거부의 손사래를 치고 있었다. 그때만큼 자신의 손이 미웠을 때도 없었다. 그가 집으로 돌아가기 전 허망한 마음 반 뿌듯한 마음 반으로 화장실에 들렀을 때였다. 밖에서 담당직원의 말이 들려왔다.

“작가양반이 정말로 안 받네. 이런 경우는 내 공직생활 중 처음 봤다니까!”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어찌 그 돈을 마다할 수 있었나 싶다. 그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상황이었다. 작가로서의 자존심 문제이기도 했지만, 꿈속의 도인이 15년간은 무조건 참으라고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한한국·이은집 공저

▲ ●작품명: 산 ●제작년도: 2008년 ●작품크기: 높이32㎝×둘레1m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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