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공휴일 지정·정전 60년 기념, 세계평화작가 한한국 일대기

“아들이 있습니다. 제발 조용히 말씀해 주세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흘 후에 갚겠습니다.”

“그래? 좋아! 다시 거짓말 하면 그땐 용서 없어!”

사채업자들이 돌아간 후 작업대에 그대로 꽂혀 있는 과도를 보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깨닫게 되었다. 자존심이고 뭐고 한한국은 그날부터 지인들을 찾아다니며 돈을 빌려와 가까스로 사채를 해결했다. 지금도 그때 일만 생각하면 오른손 손목이 잘려나간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이런 고비를 넘기면서 완성한 작품이 <대한민국 9개 도 평화·화합지도>였다. 작품이 완성되자 그는 첫 번째로 자신의 주거지인 김포가 속해 있는 경기도에 기증하기 위해, 수원에 위치한 경기도청의 당시 손학규 지사 비서실에 전화를 걸어 <경기도 화합지도>를 기증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네? 경기도 화합지도라뇨? 그런 걸 왜 기증하겠다는 겁니까? 뭘 요구하려는 겁니까?”

전화 연결이 된 관광국장은 한한국의 본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뭔가 오해를 하신 듯합니다. 그럼 직접 저희 집으로 오셔서 작품도 보시고 얘기를 나누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한한국의 요청에 관광국장과 과장이 그의 집을 방문했다. 그런데 그들은 작품을 보고 나서도 계속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한 작가님, 대부분의 사람들이 명예나 돈을 바라며 제의를 해옵니다. 더욱이 제작기간이 총 6년이나 걸린 이 작품을 그냥 기증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렇긴 하죠. 그렇지만 저는 명예를 돈으로 바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제 작품 제목이 <경기도 화합지도>인데 어떻게 화합의 대가로 돈을 요구하겠습니까?”

삐딱하게만 보는 그들의 시선에 화가 나서 한한국이 되물었다.

“물론 처음에는 다들 그리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뒤에는 꼭 다른 요구를 해옵니다. 그러니 돈을 요구하시는 거라면 그 대신 도유지 땅을 드리죠. 그 땅에 한 작가님의 한글평화지도 전시관이라도 세우면 좋지 않습니까?”

“네? 뭐라고요?”

“한 작가님 작품이 감정가로 3억 원이라는데 그걸 저희가 그냥 받으면 나중에 수의계약처럼 되어 도의회에서 문제가 됩니다.”

“허 참, 가격이야 얼마짜리 작품이든 그냥 기증하겠다는데도 왜 안 된다는 겁니까? 제가 모든 걸 책임진다는 각서라도 쓸까요?”

무상으로 기증하겠다는 사람이 오히려 애원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었다. 다음날 그들이 다시 찾아왔다. 여전히 고압적인 자세로 신원조회를 해야 하니 호적등본을 떼어 달라고 요청하질 않나, 전과 사실이 있는지 확인을 하질 않나, 별별 요구를 다 하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거의 한 달이나 걸려서야 겨우 기증을 받겠다고 연락을 해온 것이다.

한한국·이은집 공저

▲ ●작품명: 자유 ●제작년도: 2008作 ●작품크기: 높이36㎝×1m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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