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표류, 이제는 끝내야 한다

석호익 통일IT포럼 회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원

 
2003년 192명이 사망한 대구 지하철 참사로 국가재난안전통신망 구축사업의 필요성이 촉발됐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사실상 표류상태다.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은 화재, 범죄, 응급의료, 전기, 가스 등 국가의 제반 재난을 방지하기 위한 통합무선통신망으로 재난의 예방과 대응에 필수적인 시스템이다.

다행히 최근 안전행정부에서 국가재난안전통신망 구축을 통한 재난현장의 지휘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국민안전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현재는 경찰, 소방서, 지자체 등 기관별로 서로 다른 방식의 무선통신망을 구축, 운영하기 때문에 재난현장에서 체계적인 구조협력이 곤란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8월 예비타당성 조사결과가 나오면 범정부적 협의를 거쳐 9월부터 정보화전략계획(ISP)수립을 착수해 8대 분야, 321개 기관을 대상으로 1조여 원을 투입해 단계적인 구축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2003년에도 ‘통합지휘무선통신망 구축계획’을 수립해 2004년 KDI의 예비 타당성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2007년까지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통합망을 시범구축도 했으나 감사원의 예산낭비라는 지적으로 사업이 중단됐던 바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경제성문제, 기술방식의 선정문제 등으로 사업의 백지화와 추진을 반복했다. 수차례 예비 타당성 조사, 기술방식을 위한 연구용역 등을 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금년 6월까지 완료하기로 한 계획을 2개월 늦춰 8월까지 다시 경제성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예비 타당성을 조사한다고 한다.

KDI에서 수행하는 예비 타당성 결과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방안이 나오면 그 방안을 토대로 주무부처인 안정행정부의 기술방식 등의 대안을 마련해 국무조정실과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정책조정회의에서 최종안을 확정한다고 한다. 그러나 기술방식에 있어서도 경찰, 소방 등 안전 관련 정부부서와 지자체 간 이견이 많고 업체 간 이해관계도 첨예하게 대립돼 있는 상황이다.

기술방식이 결정된다 해도 주파수 문제가 방송용과 통신용이냐에 따라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로 그 기능이 분산돼 있고 통신용의 경우에도 공공용이냐, 민수용이냐를 놓고 통신사업자 간 또는 공공기관과 통신사업자 간의 의견도 상이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노무현 정부 이후 몇 대 정권을 거치면서도 원론적인 측면에서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구호만 요란하게 정부정책을 발표했으나 추진이 지연 또는 중단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후 국민종합안전대책 40대 집중관리과제 가운데 국가재난안전통신망 사업을 선정해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계속 지연되고 있는 현재의 정부의 재난망 추진 일정으로는 내년 정부예산에 재난망 예산이 반영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든다. 내년 예산이 반영되지 못하면 과거 예로 보아 세월이 갈수록 정부 의지가 약화되는 것과 반비례로 부처 간과 사업자 간 갈등은 증폭돼 지금 정부에서 또다시 유야무야되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가재난통신망은 치안, 소방, 긴급의료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직결된 중차대한 과제다. 하루라도 빨리 안전행정부를 비롯한 경찰청, 군 등 안전 관련 정부기관과 미래부, 방통위 등 기술과 통신 관련 정부부처, 예산 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최적 안을 마련하고 금년 내 예산 반영해야 하며 정부부서 간 업체 간 이견이 있으면 청와대 또는 국무조정실의 중재 또는 조정으로 강력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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