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익 정치평론가

 
박근혜 대통령의 남북관계 정상화의 기본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 내용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국민들도 많고 들어본 적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국민들이 많다. 식자층이나 오피니언 리더들도 이 말의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하거나 혹은 알면서도 비판하기 위해서 알지 못하는 것처럼 표현을 하기도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7월 10일 대선출마 선언문에서 “국민행복을 위한 노력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돼야 합니다. 나아가 우리 민족의 꿈인 통일을 준비해 나가야 합니다. 냉전이 끝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남북한은 기초적인 신뢰조차 쌓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2012년 2월 28일 핵 안보정상회의 개최기념 국제학술회의의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첫째, 서로 약속을 지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금까지 남북 간, 그리고 북한이 국제 사회와 합의한 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선언, 10.4 선언 등 기존의 약속들은 기본적으로 존중돼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란 평화정착을 위하고 나아가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남북이 신뢰를 지키고 신뢰의 바탕 위에서 그동안 남북이 합의했던 사실에 대해서 존중해야 하는 것으로 결론을 지을 수 있다. 남북이 서로 신뢰를 쌓는 것이 우선이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를 추구하자는 의미라고 본다.

박 대통령의 취임 이후부터 지금까지 남북관계가 진전이 되기는커녕 퇴보하고 있는 현상을 보게 된다. 그동안 북한은 3차 핵실험까지 마쳤고 작년 말에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개성공단을 일방적으로 폐쇄하면서 책임을 한국 정부에 미루기도 하는 등 일방적인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

남북 장관급 회담을 위한 실무자 회의도 회담의 격을 트집 잡아 대화의 장을 박차고 나가서 접촉조차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민국은 정부를 대표하는 통일부 장관이 대표로 나서려고 하는데 북한은 조평통의 서기국장을 장관급에 맞추려고 억지를 부리니 제대로 대화할 분위기가 아닌 것이다.

북한의 체계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등의 억지를 부리면서 우리의 차관급은 상대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의도는 처음부터 대한민국을 한 수 아래로 접어 보겠다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 물론 그 책임은 전 정부에서 통일원 장관의 파트너를 내각참사라는 급조한 직책으로 내보낸 적이 있는 북한으로서는 왜 이제 와서 대표의 격을 문제 삼느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형식상의 격을 맞추는 것도 외교관례상, 의전상 필요한 형식이므로 형식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은 대통령 이하 내각을 책임지고 있는 행정부가 당이나 군보다도 나라를 대표하는 체제인데 북한은 당, 군이 우선이고 다음이 행정부에 해당하는 내각이다.

통일원 장관은 한때는 부총리였고 정부서열로 쳐도 상당히 앞서 있다. 조평통의 서기국장이 파트너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북한이 당 우위의 체제이고 선군정치를 한다면서 군부의 서열이 높고 정권의 실세로 알려지고 있는데 반해 대한민국은 정부의 각료가 대표성을 갖고 있다.

이제부터 신뢰를 갖고 정권을 책임지고 있는 북한의 노동당과 대한민국의 행정부의 실세들이 자리를 마주 해야 할 것이다. 남북한 모두 실권도 없는 대표를 내세우고 막후에서 실권을 행사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형식적인 대화를 원치 않는다면 남과 북의 회담은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이 신뢰하는 특사회담으로 풀 것을 제안한다. 예비회담 없이 특임실무자가 만나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대화를 해야 할 것이다.

남북대화를 정권차원이 아닌 정부차원으로 대화를 해야 하는 원칙에서 박근혜정부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특사회담이 교착상태를 푸는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북한정권은 대한민국의 정부와 대통령에 대해 다시는 보지 않을 것처럼 막말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북한이 지금까지 우리 정부에 대해서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을 쏟아 부었지만 결국은 대화의 장으로 나왔다. 북한은 한반도 신뢰를 위한 우리의 노력에 성의를 갖고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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