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월도(紫月島)

박수현

누가 서녘하늘을 자월도(紫月刀)로 내리쳤나?

달을 바라보다 한 목숨 다 저물어도 좋겠다며
찰박찰박 모래밭을 걸어 나오는

여자

저 바다는 늘 천 년 전이다.

 

[시평]
자월도는 인천광역시에 속한 바다에 있는 섬이다. 그러나 시 속의 자월도는 과연 그 섬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다만 시인의 상상 속의 섬이리라. 자월도에서의 저물녘, 붉게 젖어가는 노을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는 섬, 자월도. 그래서 붉은 달이 뜨는 섬이라는 이름의 자월도(紫月島).
노을이 붉게 물든 자월도의 서녘 하늘은 마치 자월도(紫月刀), 붉은 반달의 모양을 하고 있는 날이 퍼런 칼로 쳐 내려, 그래서 붉디붉은 피를 흘리는 모양을 하고 있다. 그 피 흘리듯 붉게 물든 서녘 하늘가로 떠오르는 붉디붉은 달. 떠나기 싫은 발걸음을 옮기며 여자가 하나, 찰박찰박 걸어 나온다. 이러한 아름다움이라면, 한 목숨 다 저물어도 좋겠다는, 그런 인간의 배경으로는 천 년의 바다, 다만 천연덕스럽게 철석이고 있을 뿐이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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