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추모 현수막이 걸린 영훈국제중 정문.  ⓒ천지일보(뉴스천지)

적막감 흘러… 20일부턴 교직원·학생 대상 긴급 상담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교감선생님의 삼가 명복을 빕니다.’

18일 서울 강북구 영훈국제중학교 교문 앞. 전날 오전까지만 해도 ‘2014 대입 대비 주요대학 초청 진학 설명회’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던 자리에는 이 같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입시비리 의혹으로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이곳의 현직 교감 김모(54) 씨가 16일 교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받을 충격을 고려해 17일부터 사흘간 휴교 조치를 내렸다.

장맛비가 내린 17~18일 학교를 오가는 관계자들의 얼굴에는 애통한 표정이 가득했다. 대부분이 검은색 계열의 옷을 입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소식과 연일 교문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취재진들의 모습에 주민들도 멀찌감치 떨어져 상황을 지켜봤다. 학교 인근 꽃집에는 하얀 국화가 진열됐다.

일부 학생들은 국화꽃을 교문 앞에 놓고 가는 등 애도의 표시를 했다. 휴교는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를 제외한 중학교에서만 이뤄졌다. 중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이지만 같은 문으로 등교하는 영훈국제고등학교 학생들도 적잖은 충격에 빠졌다. 양나래(17, 가명) 양은 “선생님들 표정도 좋지 않고 학교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어수선하다”면서 “무엇보다 교내에서 교감 선생님이 돌아가셔서 계속 생각나고 우울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학교 인근 상가 주인들도 김 교감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인근의 한 식당 주인은 “점잖고 조용한 분이셨다. 늘 인사도 꼬박꼬박 해주셨다”면서 “이번 일이 이 분만의 잘못은 아닐 텐데 성품상 마음속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을 것 같다.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비리 얘기는 이미 수년 전부터 입소문으로 오르내렸다. 쉬쉬했던 것일 뿐”이라면서 “학교 전체가 잘못된 것은 아닌 만큼 더 이상의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김 씨는 입시비리 의혹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아왔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강압수사나 가혹 행위는 없었다”고 밝혔다. 김 씨가 숨져 영훈국제중의 비리 수사에 차질이 있을 거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으나 검찰은 나머지 학교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검찰은 이르면 금주 내로 영훈국제중 학교법인 영훈학원 이사장 김모(80)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김 이사장은 개인 차량 유류비, 영훈중 증축공사비 등 법인 회계에서 집행해야 할 12억 7천여만 원을 영훈초·중학교 회계에서 부당하게 처리한 혐의(업무상 횡령 및 사기) 등을 받고 있다. 김 이사장은 또 영훈국제중 소속 교사가 서류상 재정결함 지원금이 지원되는 영훈고에 재직한 것처럼 꾸며 1억 9백여만 원의 명예퇴직수당 등을 받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서울 성북교육지원청은 교직원과 학생을 대상으로 긴급 상담을 시행하기로 했다. 서울교육청과 성북교육청은 “입시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던 영훈국제중 교감이 교내에서 목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심리적 위기 발생이 우려되는 학생과 교직원에게 긴급히 상담·치유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초기상담과 진단을 위한 1차 상담은 오는 20일 영훈국제중 학생과 교직원을 상대로 교직원 회의실과 각 반 교실에서 진행된다. 1차 상담 결과에서 좀 더 정밀한 심리 치유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난 학생과 교직원은 성북 ‘위(Wee)센터’에서 2차로 개별 상담 프로그램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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