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 본사 앞에서 시민단체와 편의점주들이 각종 불공정행위에 대한 신동빈 회장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유통공룡이라 불리는 롯데그룹이 ‘개미’들의 화살을 맞고 있다. 각종 불공정행위에 대한 원성과 고발이다. 그러나 귀가 살짝 따가울 뿐인지 좀처럼 태도를 달리하지 않는 모양새다.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 본점 앞에는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롯데마트 등으로부터 입은 피해를 호소하는 점주와 납품업체 관계자 등이 모였다. 편의점 CU와 미니스톱 점주들도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함께했다. 이달 초 세븐일레븐 매장에서 운명을 달리한 점주를 추모하기 위해서다.

올해 들어서만 5번째 발생한 편의점주 사망 사건. 그 중 2건이 세븐일레븐이다.

이날 기자회견 중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가맹점주협의회의 오명석 회장은 “지금도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는 세븐일레븐 점주가 있다. 수면제 70알을 삼켰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에서 세븐일레븐 점포를 운영하는 박모 씨에 따르면 31살의 이 여성은 점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본사 직원의 권유로 매장을 열게 됐다. “오픈 후 3개월 만에 사채까지 끌어 쓰게 되면서 암담한 상황을 이기지 못한 것 같다”고 박 씨는 설명했다.

정치권은 경제민주화와 ‘을 지키기’를 외치고 있지만, 현장은 여전히 치열한 삶과 죽음의 상황인 셈이다.

고인이 된 세븐일레븐의 2번째 희생자 A씨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직원으로 일하던 A씨는 자신의 점포를 갖고 싶다는 생각에 매장을 오픈했지만 5~6개월 만에 운명을 달리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세븐일레븐 본사는 “유족이 이 사건의 공개를 극구 반대했음에도, 몇몇 사람들이 가맹사업법 개정을 촉구하기 위해 이를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고인이 편의점에서 일했던 만큼 전반적인 시스템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본인의 선택이었던 만큼 세븐일레븐 본사는 책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오명석 회장 및 다른 점주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유족은 사건 자체를 함구해달라고 요청한 것이 아니라 고인의 실명과 해당 점포의 구체적 지역명을 비공개로 부탁했다. 또 인근에서 세븐 점포를 운영한 김모 씨에 따르면 A씨의 경우 애초 2달은 24시간 운영을 했다. 그러나 저매출로 아르바이트조차 고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결국 나머지 4달간은 하루 평균 혼자서 15~17시간 영업을 감당했다.

세븐일레븐의 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지난 3월에도 발생한 바 있으며, 당시 유가족은 “매출을 보장한다는 본사 영업 개발자 말을 믿고 오픈했지만 실제 매출은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처럼 점주 관련 사건이 잇따라도 본사 관계자는 “오픈 시 매출을 허위로 부풀리는 일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오히려 이 사건을 대중 앞에 공론화한 측이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쯤 되니 본사에 단단히 ‘뿔’이 난 가맹점주들의 마음도 가라앉기가 힘들다. 이날 피해자들은 “상생 운운하는 언론플레이를 중단하고 국회 가맹사업법 처리에 협조하라. 관련법이 개정되면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는 대국민 협박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본사 앞 기자회견에서는 편의점뿐 아니라 롯데마트의 입점업체에 대한 불공정행위, 롯데월드의 입점 피해 상인의 사례도 심각하게 거론됐다. 이들이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이유다.

롯데마트에 입점했던 커튼업체 ‘미페’ 대표는 국회와 시민단체 등을 통해 롯데마트의 불공정행위를 알리며 이를 바로잡아 달라는 호소를 계속하고 있다. 역시 롯데마트에 입점했던 인테리어사 ‘한얼’ 측도 롯데의 계속된 횡포를 공개적으로 고발하고 있다. 이날 ‘한얼’ 대표는 “롯데마트가 내게 걸었던 영업방해 및 명예훼손 건은 기각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롯데월드 입점업체에 대한 횡포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에 따르면 롯데월드 측은 25명의 중소상인을 상대로 6개월도 채 안되는 기간에 30억 원에 가까운 피해를 입혔다. 이에 참여연대와 피해 당사자들은 19일 롯데월드 앞에서 항의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일례로 롯데월드에 입점했던 한 피해업체는 대표이사의 독촉으로 무리한 오픈 공사를 진행하며 2억 원가량의 금전적 손해를 입었고 오픈 후에는 일방적으로 회사 측이 출입 동선을 막아버리면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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