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우스님. ⓒ천지일보(뉴스천지)

가평 운악산 우주불국선원장 현우스님

[천지일보=이길상 객원기자] 경기도 가평에는 경기5악(五岳) 중의 하나인 운악산이 자리하고 있다. 운악산은 산세가 험하고 기암괴석과 계곡이 절경을 이뤄 경기의 소금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운악산 7부 능선에 우주불국선원(남암)이 있다. 신라 고찰 현등사와는 불과 2~3분 거리다. 그러나 우주불국선원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인연이 닿은 사람에게만 이곳을 허락한다. 이곳을 찾아온 사람은 한결같이 그 풍광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또한 선원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세상의 시름을 잊게 한다. 그러한 우주불국선원이 이제 세상을 향해 빗장을 풀었다. 모든 사람이 행복한 세상을 만든다는 염원으로 수행 정진하고 있는 선원장 현우스님을 만났다.

유복자·늦깎이… 50세 출가
현우스님은 유복자로 태어났다. 기구한 운명으로 태어난 그였기에 어려서부터 ‘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를 들고 살았다. 중학교 때는 탁발 나온 스님으로부터 불경을 받고 반야심경을 외우고 다녔다. 이후 해병대를 제대하고 대학을 졸업한 스님은 결혼해서 가정도 꾸렸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스님은 1983년 인천 용화선원에서 송담스님을 만나 ‘이것이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받았다. 스님은 이 화두를 들고 사무치게
‘나는 누구인가’에 관한 해답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스님은 1996년, 우주불국선원에서 화두를 깨치는 경험을 했다. 현우스님은 “이 선원에서 나는 내가 없는 것을 깨달았어요. 나는 없고 우주가 내 안에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입니다. 즉 우주와 하나가 된 나를 발견했지요. 그 순간 모든 게 정리가 됐어요.”

모든 것을 정리하고 전국을 다니며 수행 정진을 한 스님은 깨달음과 현실과의 괴리를 느꼈다. 그러던 스님은 2004년도에 우주불국선원을 다시 찾았다. 선원은 비워져 있었다. 스님은 속세의 어머니를 모셔와 선원을 지키며 수행을 계속했다. 타 종단의 승적을 갖고 있던 현우스님은 어느 날 초격스님(당시 현등사 주지)으로부터 조계종 승려가 될 것을 권유받았다. 그러나 조계종의 종헌‧종법은 승려 출가 나이가 40세까지였다. 당시 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이었던 초격스님은 승려 출가 나이를 50세로 늘리는 데 큰 힘을 보탰다. 비로소 현우스님은 조계종 승려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스님은 2006년 가까스로 조계종 승적을 취득할 수 있었고 이듬해 중앙승가대학에 들어갔다.

불교는 참회의 종교
“불교는 결국 참회입니다. 곧 불교는 자기를 되돌아보고 업장을 소멸하고 괴로움에서 벗어나 근본으로 가고자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공부해서 어떤 깨달음의 경지를 경험했어도 이미 지나간 것이라는 게 스님의 생각이다. 수행하면서 ‘나는 알고 상대방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 대단히 위험하다고 스님은 경계한다. 스님은 “불교에 오뉴월 ‘학질’ 걸렸다는 말이 있어요. 제정신 든 것 같지만, 어려움을 당하면 항상 속고 자기 합리화에 빠지기가 쉽지요. 부처님의 가르침은 우리 근원, 자성(自性)으로의 회귀입니다. 나의 관념을 형성하고 있는 애고(哀苦), 감정, 사랑, 삶의 기억을 떨쳐버리지 않고는 내 근원, 자성을 지키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참회하고 업장 소멸해야 자유로워질 수 있지요. 있지도 않은 관념의 틀, 무덤 속에서 깨우쳐 나오는 게 해탈이고 깨달음입니다.”

▲  녹음이 짙게 깔린 초여름의 우주불국선원. ⓒ천지일보(뉴스천지)

우주불교선원, ‘참나’를 찾는 도량
칠흑 같은 어두운 밤에 전기 스위치가 내려져 있으면 깜깜함, 불안함, 답답함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전기스위치만 올리면 그 문제는 단번에 해결된다.

스님은 “부처님의 등불은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관념의 나’가 아닌 ‘참나’를 만나면 등불을 켜는 것과 같고 전기 스위치를 올리는 것과 같습니다. 불성(佛性)이라는 ‘참나’로 사는 게 부처님의 삶이라고 생각합니다”며 자기 성찰을 통해 ‘참나’를 찾고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기원했다.

스님은 종교를 떠나 인연이 되는 모든 사람이 우주불국선원을 찾아와 ‘참나’를 찾고 내 안에 우주가 있음을 깨닫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스님은 “우주불국선원은 부처님의 열반상을 뒤로하고 있는 시공간이 끊어진 인큐베이터입니다. 우주불국선원을 통해 한 사람이라도 참회하고 ‘참나’를 찾아 변화 받기를 바랍니다”며 선원을 1년 365일 개방할 것을 약속했다

화를 다스리는 법-참회
현대인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화도 자주 낸다. 화를 다스리는 방법은 없을까? 스님에게 화를 다스리는 방법을 물었다. “화는 쌓인 감정이 폭발해서 난다”는 게 스님의 설명이다. 그러면 화는 어떻게 다스릴 수 있을까? 스님은 대답은 이렇다. “살아온 기억, 감정이 말끔하게 지워지면 처음 만나는 게 되고 화가 안 납니다. 나의 근원을 찾아 참회하고 업장을 소멸하면 화는 없어집니다. 묵은 감정을 털어내고 마음을 비우고 닦는 게 수행입니다. 참회는 아름답습니다.”

중생들에게 희망의 메시지… 불편 괴로움을 감사한 마음으로
“힘들고 괴롭고 죽고 싶도록 힘들 때가 변화하기 가장 좋을 때입니다. 내가 살아 있기에 괴로움도 있는 것입니다. 고(苦)와 낙(樂)은 하나입니다. 불편과 괴로움을 감사한 마음으로 바꾸면 삶이 행복해집니다.”

우주불국선원은 종교를 초월해 모든 사람을 맞이할 채비를 마쳤다. 나를 힘들게 하는 원인을 찾아 나에게 자유와 행복을 주는 것이 바로 자신에 대한 의무일 것이다. 올여름, 운악산 우주불국선원으로 ‘자기 성찰’ 여행을 떠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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