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 돕는 메밀, 선인들도 즐겨 먹어

▲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김영복 원장
시원한 여름의 별미인 냉면의 주재료는 메밀이다.

<아언비각>에는 “메밀을 교맥(蕎麥) 또는 수맥(收麥)이라 하고, 교맥을 목맥(木麥) 곧 메밀(毛蜜)이라 하는데, 교맥이 모가 져있기 때문에 메밀이란 이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메밀의 원산지는 중앙아시아다. 위로는 바이칼 호수지역부터 몽골, 한반도, 일본으로 이어지는 동이족(東夷族) 계통의 곡물(穀物)로서, 황근(黃根, 노란뿌리), 홍경(紅莖, 붉은 줄기), 청엽(靑葉, 푸른잎), 백화(白花, 흰꽃), 흑실(黑實, 검은 열매)까지 각기 다른 다섯 가지 오방색을 가진 오방곡물 또는 오방지영물(五方之靈物)이라고도 한다.

이 메밀은 파종에서 수확까지 생육기간이 짧고 돌이 많고 척박한 산간지방에서도 잘 자란다. 그래서 하늘에서 비를 내려줘야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천수답에서 가뭄으로 모내기시기를 놓치면 이 메밀을 심었기 때문에 주로 산간지방에서 메밀 농사를 많이 했다.

옛 선인들은 메밀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메밀이 소화가 잘되는 식품이기 때문이다. 도를 닦는 사람들은 많이 먹지 않기 때문에 위장 기능이 약해진다. 따라서 소화가 잘되는 식품을 섭취해야 했던 것이다.

메밀은 여뀌과(마디풀과)에 속하는 식물로, 알맹이는 흑갈색의 딱딱한 껍질에 둘러싸여 있으며 정삼각형을 이루고 있다. 이것을 도정하면 껍질은 떨어져 나가고 가루가 나오는데 메밀 열매에서 가루가 나오는 비율은 70~75% 정도이다.

메밀의 재배 역사는 비교적 짧다. 원산지는 동아시아의 온대 북부, 아무르강, 만주, 바이칼호 부근이다. 7~9세기의 당나라 때부터 일반인에게 알려져 10~13세기경에 널리 보급되었다고 한다.

문헌상의 기록을 보면 서기 713년경에 나온 <식료본초>에 메밀에 관한 기록이 나오며, 이보다 시대적으로 앞선 <제민요술>의 잡설에 메밀 가꾸기에 대하여 상세하게 나온다. 그러나 최근에 중국 한나라 시대의 분묘에서 메밀이 출토된 사실로 미루어볼 때, 메밀의 역사는 지금까지 밝혀진 연대보다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기원전 8세기 이전에 중국으로부터 들어왔고, 이후 일본으로 전했다고 한다. 일본에서 8세기경에 이미 메밀 재배를 장려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원산지에서 가까운 우리나라에는 그보다 훨씬 이전에 재배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옛 문헌에서 메밀에 대한 기록은 <향약구급방>에 최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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