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산후 우울증은 비교적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만, 임신부들이 겪는 임신부 우울증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인식이 별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여성에게는 임신 자체가 삶의 커다란 변화일 뿐더러 그것이 자신에게 엄청난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때 임신부 우울증에 걸리게 된다. 출산과 양육에 대한 불안 역시 임신부 우울증의 발병에 한몫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임신부 우울증은 여름에 더 위험하고 심각하다. 이유가 무엇일까? 몸이 무거운 임신부는 쉽게 지치고, 땀을 많이 흘리게 되어 탈수 현상이 나타나기 쉽다. 무더위 때문에 바깥 외출도 자제하게 되어 운동량이 줄어든다.
이와 같이 무더위로 인한 임신부의 체력 저하는 정신적으로 짜증을 잘 내게 만들고, 사소한 자극에도 예민해진다. 이런 자신의 변화에 자신감과 자기 만족감이 저하되고, 앞으로 태어날 아기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걱정하며, 심지어 자기 자신을 미워하거나 자신에게 화가 난다. 이러한 감정적 반응이 우울증을 더 야기하거나 혹은 악화시킨다. 더욱 위험한 경우는 장마철이다.
일반적으로 늦봄이나 초여름에는 비교적 선선한 날씨와 충분한 일조량 때문에 그리 불쾌하지 않다. 그러나 장마철로 접어들면 습기가 많은 날씨로 불쾌지수가 늘어나고, 일조량의 급격한 감소로 인하여 기분이 저하되고 무기력해진다.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고 감정을 조절해주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은 햇볕을 많이 쬐어야 풍부하게 생성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여름이 지난 후 찾아오는 장마철과 그 다음 이어지는 무더위로 인하여 임신부 우울증이 여름에 더 위험하고 심각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이에 대처하기 위해 임신부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나? 충분한 영양 섭취와 수분의 공급, 양질의 수면, 적당한 운동 등으로 신체 컨디션을 좋게 만들어야 한다. 그 결과 마음이 안정되고 짜증이 훨씬 더 줄어들 것이다. 결국 덥다고 하여 앉아서 부채질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운동을 하는 것이 더 낫다.
또한 마음이 힘들고 짜증날 때는 주변 사람들, 특히 남편 등의 가족에게 알려서 위로와 지지를 받는 등 적극적으로 심리적 도움을 구해야 한다. 그리고 미래에 태어날 아이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을 벗어 던지고,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예측을 한다. 자신의 신체적 변화, 특히 외모의 변화에 대한 실망이나 좌절감을 버리고, 임신에 따른 자연스런 변화임을 다시 한 번 인식한다. 특히 임신부라면 누구나 다 겪는 현상이라는 점, 즉 나만 겪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생각해서 자기비하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임신부 우울증은 추후 산후 우울증의 발병 위험 요인이자 조산의 위험성을 높이기도 하므로 우울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약물치료 등 적극적인 정신과 치료도 받아야 한다.
많은 임산부들이 기형아 출생을 우려하여 정신과 약물 복용을 꺼리지만, 실제로 연구된 결과에 의하면 절대 그렇지 않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더 낫다. 또한 결혼 만족도, 자존감, 배우자(남편)의 지지는 우울증상을 감소시키고, 스트레스는 우울증상을 악화시킨다.
따라서 남편은 아내와의 관계 개선 또는 증진에 노력해야 하고, 아내 또한 남편을 보다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대화의 양이나 함께 지내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다. 결혼과 임신에 대한 후회하는 마음가짐을 삼가고, 나 자신을 스스로 사랑하여 자존감 내지는 자신감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
임신 과정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고, 언젠가는 끝나게 되며, 그 결과 사랑스럽고 건강한 아이가 태어날 것이라는 긍정적 예측을 지속하며, 출산 후 펼치게 되는 생활에 대해서 긍정적 기대를 함과 동시에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도 미리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우울한 기분 대신에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번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