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공휴일 지정·정전 60년 기념, 세계평화작가 한한국 일대기

“당신은 누구시기에 저에게 이런 고통을 주십니까? 전생에 무슨 죄를 졌다고 이런 사명을 맡기셨습니까? 한한국이라는 이름 때문인가요?”

그때였다. 그의 울부짖음에 어디선가 우렁찬 대답이 메아리처럼 들려왔다.

“너는 1996년부터 따져 15년 동안만 참아라! 그 안에는 절대로 너의 작품을 돈과 바꾸지 마라! 시대를 앞서간 사람에겐 고통과 시련이 따르는 법이니 참고 견뎌야 한다!”

그동안 한한국에게는 큰돈을 벌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그의 평화지도가 소문이 나고 유명세를 타자 홈쇼핑에서 작품을 버티컬 블라인드나 이불로 만들자는 제안이 들어왔었고, 각종 세계적인 한국문화상품을 개발하자는 제안이 들어오기도 했었다. 더러는 거금을 주고 작품을 사겠다고 조르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애초에 돈을 위해 시작한 일이 아니었기에, 그 많은 제안들을 모조리 거절했던 것이다.

“여보, 당신의 작업은 훌륭하지만 이젠 손들어야 할 것 같아요.”

어느 날 아내인 윤소천 시인이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소리예요? 아직도 멀었는데…….”

“아기 분유 값도 없다고요. 그런데 무슨 재주로 그 비싼 한지를 사와요?”

그동안 자금줄 노릇을 해오던 아내가 두 손 들고 나니 한한국으로서도 방법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사채를 빌려 쓰게 되었다.

“사채는 그냥 주지 않습니다. 각서를 써야 합니다.”

겉보기엔 점잖아 보이는 사채업자가 그에게 종이를 내밀었다.

“이 각서는 포기각서입니다. 만약 당신이 돈을 갚지 못할 때에는 신체의 일부를 내놓아야 합니다.”

“네? 신체의 일부라고요?”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일들이 현실이 되고 보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잠시 망설이던 그가 설마 실제로 그럴까 싶어 신체포기각서를 써주고 천만 원을 빌렸다. 그러나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갚을 날짜는 빠르게 다가오고. 기한을 넘기자 사채업자들이 득달같이 달려왔다.

“당신 포기각서 썼지? 당신 신체 중 어디가 가장 소중할까? 글씨를 쓰는 예술가시니 오른손이겠지. 얼른 내놓으시지!”

조폭같이 생긴 사채업자가 시퍼런 과도를 작업대에 내리꽂으며 소리쳤다. 급박한 상황에서도 한한국은 자신의 오른손이 잘리는 것보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한테 이런 상황을 들킬까봐 그의 앞에 엎드려 빌었다.

한한국·이은집 공저

▲ (한글)카자흐스탄 평화지도 World Peace Map- Kazakhstan 1994~2013 (약 8개월) ●제작목적: 세계평화와 카자흐스탄의 평화를 위한 ●작품크기: 2m90cm X 2m10cm ●서체: 한한국평화체 ●작품내용: 카자흐스탄의 문화역사, 평화의 시, 성경말씀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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