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조호리산은 맹호를 거처인 깊은 산에서 몰아낸 다음 사로잡는 방법을 가리킨다.

맹호는 산에서 자유롭게 활동하지만, 사냥꾼은 아무리 뛰어나도 맹호보다는 불편하다. 평지로 나온 맹호는 아무래도 새로운 환경이 불편하지만 사냥꾼은 익숙한 환경에서 다양한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 정치투쟁에 적용하면 주요한 정적을 그의 든든한 세력기반과 생존환경으로부터 끌어냄으로써, 반항의지를 잃게 만들어 타격을 입히기 위한 갖가지의 수단과 함께 펼쳐진다. 경우에 따라 그의 주변인물을 도망치게 하거나 죽이기도 하며 온건한 경우에는 그가 차지한 여러 가지 조건을 상실하도록 만들어 자기 수중의 꼭두각시로 전락하도록 한다. 상대를 자신의 명령대로 움직이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도 쉽다.

한비자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호랑이가 개를 굴복시킬 수 있는 것은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 덕분이다. 호랑이의 발톱과 이빨을 제거하고 그것을 개가 사용하게 하면 개가 호랑이를 굴복시킬 수도 있다.”

정치적 야심가들은 흔히 조호리산을 이용하여 권력과 이득을 취했다. 그들은 정적을 없애고 자신의 세력을 강화하기 위한 계략에 능수능란했다. 다른 계략과 함께 사용하기도 했으며, 다양한 사례를 통한 지혜로 변화무쌍한 계략을 구사했다. 모략 가운데 또 다른 모략이 있었고, 계책 가운데 또 다른 계책이 있었으며, 모략과 계책이 종횡으로 얽혀 헤아리기 어려운 신비한 색채를 띠기도 했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가짜인지를 구분하기가 어려웠으며, 강렬한 매력과 교묘한 수식, 과감한 결단력과 뛰어난 리더십이라는 특징을 띠기도 했다. 쌍방이 정면으로 충돌하여 승부를 결정하는 것이 전(戰) 또는 쟁(爭)이다. 한쪽은 지키려고 하는데 다른 한쪽이 승부를 결정하려고 나아가는 것이 공(攻)이다.

<손자병법 모공(謀攻)>에서는 병력을 동원하여 상대국을 굴복시키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무턱대고 성을 공격하는 것은 이러한 공 가운데 가장 하책이라고 했다. 그는 군사를 활용하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상, 중, 하로 나누었다. 상책은 적의 나라와 군대를 온전하게 유지하면서 이기는 방법이다. 중책은 적의 나라와 군대를 깨뜨려서 이기는 방법이다. 손자가 말한 최선의 모공이란 직접 군사를 동원하여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방법을 가리킨다. 이러한 방법으로는 전국시대에 소진(蘇秦)과 장의(張儀)가 펼쳤던 합종(合縱), 연횡(連橫)과 같은 외교적 묘수를 발휘하는 방법과 세(勢)를 이용하여 항복을 받아내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비교적 공개적이므로 상당한 논란과 충돌을 일으키기도 한다. 도덕적, 윤리적으로는 비난의 대상이 되지만, 공격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利)를 앞세워 상대를 유인하여 혼란에 빠뜨리는 모략이다. 조호리산은 모공의 수단 가운데 하나이다. 조호리산의 출전인 <관자(管子) 형세편(形勢篇)>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교룡(蛟龍)은 물에서 사는 것들 가운데 신령스럽다. 그러나 물에 있을 때는 신령스럽지만, 일단 물에서 벗어나면 신령스러움도 사라진다. 사람들의 주인 노릇을 하는 군주는 천하에서 가장 큰 위엄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백성들을 얻으면 그러한 위엄을 부릴 수가 있지만, 백성들을 잃으면 위엄도 따라서 없어지고 만다. 교룡은 물에 있어야 신령스럽고, 군주는 백성이 있어야 위엄을 갖출 수가 있다. …… 짐승 가운데 가장 용맹한 호랑이와 표범은 깊은 숲과 너른 수택에 살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들의 위엄을 두려워한다.

천하에서 가장 큰 세력가인 군주는 깊은 궁궐에 거처하기 때문에 두려움을 준다. 호랑이나 표범이 거처를 떠나면 사람들은 그 위엄을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 군주가 궐문을 나와 백성들을 못살게 굴면, 백성들은 마음을 바꾸어 군주의 세력을 하찮게 여긴다.”

‘못된 용은 얕은 물에서 놀다가 새우에게 비웃음을 사며, 타락한 호랑이는 평지에서 놀다가 개새끼에게도 속는다.’는 말이 있다. 남북의 관계에서 경쟁의 접점은 다양하지만 공통점은 어느 쪽의 지도자가 깊은 산과 물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북의 김정은은 일단 산에 갇힌 꼴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