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일자리 제한적, 생계 목적인 노인들 일할 수 없어”

▲ 한 노인이 취업 박람회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사례1. “요즘 기업에서는 젊은 사람만 고용하니 우리 같은 노인은 갈 곳이 아무 데도 없어.” 김우근(65, 남, 서울시 종로구 신교동) 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기자에게 말했다. 김 씨의 전직은 금융업이다. 하지만 그는 “퇴직 후 10년 동안 일용직이나, 단순 업무 직종에서만 일해 왔다”며 “금융은커녕 전공을 살릴 수 있는 회사에 취업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사례2. 안철민(71, 남, 서울시 구로동 구로구) 씨는 지난 두 달 동안 7곳의 기업에 이력서를 넣었다. 직접 찾아간 곳은 3~4곳이나 된다. 하지만 매번 기업으로부터 취업을 거절당했다.

안 씨는 “일자리 박람회를 매번 찾는다”며 “하지만 나이가 많은 탓에 아직 일을 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안 씨는 “생산이나 무역 등 전공과 관련된 일을 찾아도 기업에서는 노인이 일을 잘하지 못 할 거라 판단한다”며 “돈을 벌어야 겨우 입에 풀칠을 할 수 있는데 취업이 안 돼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취업이 어려워진다”며 “정부는 말로만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하지 말고 진짜 노인이 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재취업을 희망하는 노년층의 목소리다. 1970~1980년대 경제발전의 중심축에 섰던 6070세대. 하지만 현재 노인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돼 버렸다는 지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1년 노인실태 조사’ 자료에 따르면 60대 이상(1만 5146명) 노인의 경제활동률은 2008년 36.5%에서 2011년 35.9%로 감소했다.

경제활동을 하는 이유는 ‘생계비 마련’이 79.9%로 가장 많았다. ‘용돈 마련(6.3%)’ ‘건강유지(5.2%)’ ‘시간 보내기(4.0%)’ 등이 뒤를 이었다.

경제활동 미참여자의 미참여 이유는 ‘일하고 싶으나 건강이 좋지 않아서(32.0%)’ ‘경제적 여유와 상관없이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아서(28.8%)’ ‘나이가 많아 받아주는 일자리가 없어서(17.7%)’ 등의 순이었다.

향후 경제활동 참여희망자의 참여희망 이유를 살펴보면 ‘생계비 마련(55.2%)’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처럼 많은 노인이 일하길 원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일자리를 찾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한국 사회가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수록 심각해질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노인의 인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돼야 노인 일자리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

이상철 서울시복지재단 연구위원은 “노인들의 인적 자원을 활용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해외에서는 영리기업과 비영리기업이 연계해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영리기업에서 근무하던 A씨가 퇴직을 5년 남기고 비영리기업에 가서 근무를 하면서 ‘마케팅 전략’이나 ‘노하우’ 등을 비영리기관에 전수하는 것이다. A씨가 퇴직할 경우 자연스레 비영리기업으로 취업이 이어진다.

대한노인회는 노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가 너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대한노인회 관계자는 “정부지원 일자리 수는 너무 적고 받는 금액도 저렴해 생계 목적인 노인들은 참여할 수 없다”며 “또한 ‘노인들이 일할 수 없을 것이다’라는 인식이 사회 속에 깊게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노인들이 선택하는 일은 ‘경비’나 ‘청소부’”라며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노인 일자리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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