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연락채널 이틀째 불통… 정부 “책임 있게 당국 대화 임하길”

[천지일보=명승일·유영선 기자] 남북 당국 회담이 무산된 지 이틀 만인 13일 북한이 첫 공식 반응을 내놓고 회담 무산에 대한 책임이 우리 정부에 있다고 밝혔다. 회담 무산을 둘러싼 남북 간 공방이 이어지면서 남북관계가 당분간 냉각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이날 대변인 담화에서 “남측은 이번 사태가 북남관계에 미칠 엄중한 후과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우리는 북남 당국 회담에 털끝만한 미련도 가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평통은 “남측이 처음부터 장관급 회담을 주장하고 실지로 통일부 장관을 내보낼 의향이라고 몇 번이고 확약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회담이 개최되기 직전에 수석대표를 아래급으로 바꾸어 내놓는 놀음을 벌린 것은 북남 대화 역사에 일찌기 있어본 적이 없는 해괴한 망동으로서 무례무도의 극치”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향후 남북 간 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조평통은 “앞으로 당국 회담이 열린다고 해도 과연 문제 토의가 제대로 되겠는지, 북남관계를 개선하여 나갈 수 있겠는지를 다시금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이 같은 입장에 유감을 표시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실무접촉에서 우리 측은 현안문제를 실질적으로 협의·해결하기 위해선 그에 맞는 권한과 책임을 가진 당국자 간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일관되게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북한에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으며 북한이 성의를 갖고 책임 있게 남북 당국 대화에 호응해 오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북한은 특히 전날에 이어 이날도 판문점 연락채널에 응답하지 않았다. 통일부는 “우리 측 판문점 연락관이 오전 9시경 시험통화를 시도했지만 북측에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북한은 전날 오전 9시 시험통화와 오후 4시 마감통화에 응하지 않았다. 판문점 연락채널은 지난 3월 11일 북한의 일방적인 단절 통보로 끊겼다가 남북회담 재개 합의로 지난 7일 3개월 만에 정상화됐다.

이같이 남북관계가 냉각 국면에 들어가겠지만, 우리 정부가 대화의 문을 열어놓았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관계가 어둡지만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민주화위원회 홍순경 위원장은 “북한은 한국과의 대화가 절실한 입장”이라며 “우리 정부가 원칙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을 북한이 인정하기까진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뚝심 있게 기다리면 우리 측의 요구를 일정하게 받아들이면서 대화를 다시 하자고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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