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김영복 원장
여기서 필자는 진주냉면의 공통된 특징을 알게 됐다.

첫째, 순 메밀에 고구마전분을 물에 개어 이 전분 물로 메밀 반죽을 해 면발을 뽑는다. 둘째, 쇠고기 육수에 멸치장국으로 육수의 빛깔과 맛을 낸다. 셋째, 김장배추김치를 채 썰어 꾸미로 얹는다. 넷째, 진주지방의 제사음식으로 만들어 먹던 쇠고기 육전이 꾸미로 올라간다. 마지막으로 전복과 해삼, 석이버섯을 데쳐 채를 썰어 냉면 꾸미로 올렸다는 것이다.

이러한 다섯 가지의 특징이 진주냉면의 원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므로 이 원형을 중심으로 맛이나 모양을 내기 위해 추가로 조리된 냉면은 모두 진주냉면이라 할 수가 있다.

당시 재현한 진주냉면의 표준 레시피를 소개하면 우선 주요한 사실은 냉면의 최초 기록인 ‘동국세시기’에 나와 있는 1849년 당시의 냉면은 “메밀국수에 무김치, 배추김치를 넣고 돼지고기를 넣은 냉면이 있다”고 기록됐다. 이 기록을 근거로 한다면 메밀국수를 사용한 것은 평양냉면이나 진주냉면 똑같다.

그러나 무김치와 배추김치가 평양냉면(무김치)과 진주냉면(배추김치)으로 갈라진다. 즉 평양냉면은 동치미 무를 얇게 저며 올려놓고, 진주냉면은 배추김치를 얇게 썰어 넣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평양냉면은 국수의 재료가 주로 메밀이며, 국물은 초겨울에 담근 동치미국물이나 꿩 육수(또는 쇠고기 육수)를 썼는데, 평양동치미는 “무, 마늘, 생강, 파, 배, 밤, 준치젓, 실고추 등으로 양념을 잘하여 독에 넣은 후 김치물을 많이 부어 놓고, 잘 봉하여 익혀 추운 엄동설한에 살얼음이 언 국물에 만 냉면 맛이 시원하고 감칠맛이 있다”고 했다.

또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있으나 냉면 요리에서는 꿩 대신 ‘쇠고기 육수’를 쓰는데, 쇠고기 육수는 소뼈와 힘줄, 허파, 지레, 콩팥, 천엽 등을 푹 고아 기름과 찌꺼기를 다 건져 낸 다음 소금과 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열어 놓은 채로 더 끓여서 간장 냄새를 없애고 서늘한 곳에 두어 식힌다 했다.

이 육수가 맑고 깨끗해 ‘맹물’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한편 평양냉면은 놋대접을 주로 사용하고 이 놋대접에 먼저 국물을 조금 붓고 국수를 사려서 수북이 담은 다음 그 위에 동치미김치를 얇게 썬 무김치, 고기, 양념장, 계란, 배, 오이 등의 순서로 꾸미를 얹고 실파, 실고추로 고명한 후 국물을 부었다고 기록됐다.

진주냉면 역시 메밀국수를 사용하는 것은 평양냉면과 다를 바가 없다. 다만 옛날에는 평양냉면이나 진주냉면이나 모두 순메밀로 국수를 뽑았으나, 점성이 약해 교착력을 높이기 위해 평양냉면은 약간의 감자전분을, 진주냉면은 고구마전분을 물에 개어 메밀반죽용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 진주냉면
진주냉면의 백미(白眉)는 해물 육수다. 진주는 가까운 사천 등 해안지방에서 나는 개발(바지락조개의 경상도 사투리)을 비롯한 디포리(멸치), 홍합, 전복, 석이버섯을 이용한 해물육수에 조선간장으로 맛을 낸다. 특히 해물육수의 해물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무쇠를 벌겋게 달궈 끓는 육수 통에 넣어 고온의 순간 가열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 해물육수는 진주의 향토음식이며 부산 밀면의 뿌리인 ‘밀국수냉면’ 육수의 원형이다. 이 해물육수에 밀가루로 면을 뽑아 말면 ‘밀국수냉면, 이고, 메밀과 고구마전분으로 면(麵)발을 뽑아 말면 진주냉면이다.

평양냉면의 고명은 돼지고기 편육과 동치미 무를 빚어 올리지만 진주냉면은 쇠고기 육전 또는 볶은 쇠고기와 묵은 김장배추 김치를 물에 헹구어 썰어 올린다.

한편 필자는 진주냉면의 원형을 재현해 진주시청에 자료로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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