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안의 엘리트‘ 현각스님’ 한국 선불교 문화 담긴 동영상 공개

▲ 현각스님. ⓒ천지일보(뉴스천지)

유럽 구도생활 영상 통해 선승의 일상 보여주고 싶어
한국불교 발전하려면 경전의 한글화·세계화 이뤄야

[천지일보=강수경 기자]“아마도 한국불교에 던지는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다. 책은 이제 절판한다. 새로운 방식으로 대중에 다가가겠다. 유럽 사람들과 세계인에게 한국불교를 알릴 수 있도록.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영화도 아니다. 감각적인 뮤직비디오 한 편을 보게 될 것이다.”

한국인 스님보다 어쩌면 한국불교를 더 사랑하는 것 같다. 도를 구하며 어떻게든 세계에 한국불교를 알리려고 노력하는 그는 벽안의 현각스님(49, 본명 폴 뮌젠)이다. 그를 지난 8일 저녁 불교여성개발원에서 만날 수 있었다.

◆스마트한 불교문화 꿈꾸는 청년스님
스님은 이날 불교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한국불교의 선문화를 담은 파격적인 비디오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비록 50여 명이 참석한 작은 법회였지만 ‘영108’이라는 젊은 불자들이 모인 자리이기에 선보인 비디오는 청년들의 창조적인 지성에 새바람으로 느껴졌을 터다.

영상은 유럽에서 구도생활을 하는 현각스님의 일상을 담았다. 지하철, 버스정류장, 성당 어디든 관계없다. 앉는 곳이 어디든, 주변에 누가 있든 구도자에겐 도를 찾는 명상과 묵상의 장소이다. 커피숍에서 대중과 볼을 맞대는 유럽식 인사를 나누는 것은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단순한 일상일 뿐이다.

대중들이 있는 커피숍과 길거리에서 선불교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도 또 다른 일상이다. 자전거를 타고 어디든 가며, 도를 위해서는 천주교 교수와의 대화도 즐긴다. 구도자의 일상이 담긴 영상은 낡은 필름처럼 베이지색 톤의 흑백으로 제작됐다. 유럽감독의 손을 거쳐 탄생한 영상은 유럽식 감성을 자극한다.

스님은 전 세계가 디지털 시대가 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미 스마트폰은 일상화됐다. 사람들은 책보다 디지털 자료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또 문자로 표현하는 것이 갖는 한계를 직면했다. 문자를 모르면 그 내용도 알 수가 없기에. 이 때문에 그는 새로운 전도 방법으로 ‘디지털 문화’를 택했다.

◆“‘현각스님’이 아니라‘ 선문화’를 봐달라”
영상을 소개한 현각스님은 자칫 자신이 지나치게 대중에 도드라질까 우려했다. 아직 온라인에 유포하지 못하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영상은 한 달 전후로 유튜브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선승의 일상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나를 나타내고자함이 아닙니다. 구도 생활을 하는 선승의 찰나를 비디오에 담아 불교의 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스님은 이미 대중의 인기를 받는 게 얼마나 스스로의 구도생활에 영향을 끼치는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지난 2008년 한국에서의 생활을 접고 독일에 건너간 이유이기도 하다.

1999년 그는 스승인 화계사 조실 숭산 스님의 법문집 ‘선의 나침반’ ‘오직 모를 뿐’을 영어로 번역했고, 출간하기 위해 출판사의 요구로 ‘만행 :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를 집필했다.

대중들에게는 현각스님의 책이 더 와 닿았고, 스님은 일약 스타가 됐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어디를 가도 알아보는 대중과 강의요청들 때문에 구도생활에 지장이 생겼다.

그는 책을 발간한 일을 가리켜 “유명해진 ‘실수’였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대중 구제를 위해서는 필요악이라고 역설했다.

누군가는 포교를 위해 해야 할 일이지만 당사자에겐 정진을 하는 데 방해가 되는 아주 어려운 일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같은 하버드 대학 출신 혜민스님의 활동을 격려했다.

▲ 현각스님. ⓒ천지일보(뉴스천지)

◆독일 뮌헨 선원 이름에 ‘한반도 통일’ 염원 담아
한국불교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현각스님. 한국불교에 바라는 점은 무엇일까. 그는 먼저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떤 철학이나 종교든 대화로부터 시작했습니다. 소크라테스, 예수, 부처 등 스승과 제자가 대화하는 것이 경전이 됐다. 예수의 복음은 제자들과 길에서 전파됐습니다.”

또 현각스님은 한국불교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한자에 집착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국인은 한글을 쓰지 않습니까.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믿을 수 있나요. 한자로 돼 있기 때문에 못 믿는 것입니다. 현대인들이 라틴어를 알아야만 기독교 신앙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성경은 각 나라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그 나라의 언어로 번역돼 있습니다. 한국불교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면 그 나라의 언어들로 번역이 돼야 합니다.”

현각스님은 글로벌 한국불교를 꿈꾼다. 그는 유럽에 한국불교를 알리고 싶다. 현재는 독일 뮌헨에 불이선원을 마련해 제자들과 함께 한국불교를 알리며 정진에 집중하고 있다.

“불이선원의 ‘불이(不二)’는 둘이 아닌 하나를 뜻합니다. 독일이 분단됐다가 하나가 됐듯이, 한국도 통일이 돼서 ‘불이’ 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지은 이름입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불이(모든 것이 연결돼 끊어짐이 없다)의 뜻에 한반도 통일의 염원을 담았습니다. 또 유럽에서는 한국불교를 잘 모릅니다. 일본불교, 티베트불교는 잘 알려져 있는데 말이지요. 티베트는 대기업도 없고, 유명한 물건이 없는 데도 알려져 있습니다. 바로 티베트 문화입니다. 한국의 불교문화를 알려야 합니다.”

◆“불교 대중화 지지하지만 세속화는 NO!”
현각 스님은 불교의 대중화를 지지했지만 세속적으로 변해가는 데 대해서는 경계했다. 최근 독일에서 출가를 하려고 스님의 제자가 한국을 방문. 스님은 그를 데리고 한국의 사찰을 보여주기 위해서 한 절을 방문한다.

부처님 오신 날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형형색색의 연등이 그대로 있다. 하지만 곧 제자의 신심을 떨어뜨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석가모니 부처등과 코끼리등에 이어 같은 위치에 가수 싸이의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생각으로 사찰이 부처와 동등한 위치에 싸이의 등을 달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이렇게 하려면 차라리 대중화를 안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너무 천박해지면 안 된다. 대중화는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현각 스님은 미국 뉴저지 독실한 천주교 집안에서 1964년 태어났다. 예일대학을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과 하버드대학원에서 종교철학을 수학했다. 대학원 재학 중 숭산 스님의 법회를 듣고 1990년 11월 한국에 와 한국불교에 귀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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