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 양측이 당국회담 수석대표 급을 놓고 절충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12일 열릴 예정이던 회담이 무산됐다. 사진은 11일 오후 회담 장소인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의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우리 측 통일부 차관, 북측은 강지영 조평통 서기국 국장
北 “회담 무산, 남측 책임”… 정부 “대화의 문 열려 있어”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남북이 수석대표의 급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남북 당국 회담’이 결국 무산됐다. 남북관계에 대화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사라지고 냉각 국면이 또다시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은 11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북측에서 우리 측 수석대표의 급을 문제 삼으면서 대표단 파견을 보류한다고 통보해 왔다”면서 “북한은 지금이라도 남북 당국 회담에 나오기 바란다”며 회담이 무산됐다고 알렸다. 우리 측은 이날 오후 1시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당국자 5명을 구성, 북측과 명단을 동시에 교환했다. 북측에선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국장(상급 주장)을 단장으로 해서 5명의 대표단을 구성했다.

우리 정부는 권한과 책임 있는 고위 당국자가 만나서 현안을 논의하고자 장관급 회담을 제의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측 통일부 장관에 맞는 북측의 수석대표가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대변인은 “북한이 비정상적인 관행에 따라 권한과 책임을 인정하기 어려운 인사를 장관급이라고 하면서 통보해 왔다”고 전했다. 조평통에는 위원장, 부위원장이 여러 명 있으며 하위 직책을 맡은 서기국장을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우리 통일부 장관에 대입시키려는 논리는 맞지 않다는 게 통일부의 지적이다.

김 대변인은 “북한 측은 우리 측이 수석대표를 차관급으로 교체한 것은 남북 당국 회담에 대한 우롱이고 실무접촉 합의에 대한 왜곡으로써 엄중한 도발로 간주하고 대표단 파견을 보류한다고 하면서 회담 무산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우리 당국에 있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다”고 말했다.

회담 무산에 대한 우려는 이미 남북 실무접촉에서도 제기됐다. 지난 9~10일 판문점에서 열린 실무접촉에서 남북은 수석대표의 급과 주요의제를 놓고 북측과 마라톤회의를 하면서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회담 무산’ 통보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북한이 그간 EU국가들과 대화를 개최했을 때 상대국의 격과 급을 맞춰온 관행이 있었다”고 화살을 돌렸다.

회담 무산으로 남북관계 개선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회담이 열린다고 하더라도 실무접촉에서 이견을 보였던 의제를 놓고 또다시 줄다리기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측은 실무접촉에서 6.15선언과 7.4공동성명 발표 개최 등을 의제로 제시했으나 우리 정부와 입장을 달리 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북측과의 대화의 문은 계속 열려 있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는 (대화의 문이) 언제든지 열려 있다. 반드시 장관이 나서는 회담을 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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