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공휴일 지정·정전 60년 기념, 세계평화작가 한한국 일대기

아버지의 한탄과 북소리를 들으며 한한국은, 그가 사는 화순 운주사 뒤편에 위치한 고향에서는 해마다 광복절이 되면 ‘멸공방첩’이란 머리띠를 두른 어른들이 손가락을 칼로 베거나 이빨로 물어뜯어 혈서를 쓰며 궐기대회를 하는 장면을 떠올렸다. 한한국은 너무나 무섭고 섬뜩하여 도대체 왜 저렇게 끔찍한 행사를 하나 생각했었다. 그때도 좀 더 평화적인 방법으로 서로 어울리고 화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더구나 어려서부터 사서삼경 같은 한학을 배운 한한국인지라, 일찍부터 선악(善惡)에 대한 깨우침을 받아 악행(惡行)보다는 선행(善行)을 따르고자 했던 것이다.

“한국아, 방학인데 누나네 집에나 놀러 오렴!”

어느 해 여름 부산에 사는 누나에게서 연락이 왔다. 5남 3녀 중 막내인 한한국이 방학 때면 늘 서당에서 거의 20시간씩 한학과 붓글씨를 공부하는 것을 안쓰러워하던 누나였다.

보이스카우트였던 중학생 한한국이 혼자서 부산 누나 집을 찾아갔을 때의 일이다. 그만 길을 잃고 말아 부산역 파출소에 들어가 길을 묻는데 경찰관이라는 사람이 대뜸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우째 전라도 새끼가 죽으려고 경상도에 다 왔노?”

한한국의 보이스카우트 옷에 부착되어 있던‘ 전남연맹’이라는 표찰을 보고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말이었다.

그뿐 아니라 누나네 집에서도 동네 아이들이 전라도에서 왔다는 이유로 한한국을 요즘말로 왕따를 시키며 욕설까지 퍼부어 댔다.

그럴 때마다 억울하고 화가 났던 어린 한한국이 분을 삭이며 중얼거렸다.

“정말 모처럼 온 손님한테 왜 저럴까? 한 나라 같은 민족끼리 사는데 도가 다르다고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이후에도 한한국은 충청도 출신인 윤소천 시인과 만나 결혼을 할 때도 지역감정에 따른 차별을 느꼈다.

이때의 상처들이 하나둘씩 쌓여 한한국으로 하여금, ‘남·북분단의 비극만도 불행한 일인데 이처럼 동서까지 화합하지 못해서야 말이 안 된다. 내가 직접 대한민국을 화합시키는 지도를 그려 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해주었다.

이것이 발판이 되어 우리나라의 화합지도를 그리는 한한국의 대장정이 시작된 것이다.

“여보, 김정호 선생이 27년간 우리나라 전국을 답사하고 실측하여 만들어 낸 <대동여지도>처럼, 나 역시 우리나라의 화합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대한민국 평화‧화합지도>를 그리고 싶은데 당신 생각은 어떻소?”

한한국·이은집 공저

 

▲ (한글)필리핀 평화지도 World Peace Map- Philippines 1994~2013 (약 7개월) ●제작목적: 세계평화와 필리핀의 평화를 위한 ●작품크기: 2m90㎝X 2m10㎝ ●서체: 한한국평화체 ●작품내용: 필리핀의 문화역사, 평화의 시, 성경말씀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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