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공휴일 지정·정전 60년 기념, 세계평화작가 한한국 일대기

“망국병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저는 선거 때만 되면 정치인들이 부르짖는 지역의 벽, 세대의 벽, 빈부의 벽을 뛰어넘자는 주장에 화가 나더라고요!”

“왜요? 그거야말로 우리가 극복해야 할 3대 벽이 아닌가요?”

“그건 뛰어넘어야 할 벽이 아니라 함께 품어야 할 아픔이죠. 1945년 해방 후에 남과 북으로 나눠진 분단의 비극도 모자라서 동서로 갈리고 세대 간에 막히고 빈부 차를 증오하는 현실을 생각할 때, 이를 치유하는 방법은 서로 끌어안고 화합하는 도리밖에 없잖습니까?”

“맞습니다, 저도 그래서 1997년에서 2003년까지 6년에 걸쳐 한글 13만 8천 자로 역사상 최초의 대한민국 평화‧화합지도를 완성하게 된 것입니다.”

지역감정에 크게 상처를 입었던 한한국은 그 시절만 생각하면 절로 설움이 복받치고 울분이 솟아오른다고 했다. 그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고통스러웠던 그때를 회상하기 시작했다.

한한국의 아버지는 호남의 유명한 고수(鼓手)라서 집에 있기보다는 소리꾼을 따라 항상 세상을 떠돌며 살았다. 그런 아버지가 어느 날 그에게 심부름을 시켰다.

“한국아, 돌멩이 좀 많이 주워 놓아라잉!”

“예? 그건 뭐에 쓰시려고요?”

“글쎄 주먹만 한 것으로, 많을수록 좋으니. 알겄냐?”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을 때였다. 초등학생이던 한한국은 그런 세상물정을 잘 모르고 있었다.

“한국아, 얼마나 주워 놓았냐? 돌멩이가 너무 커도 작아도 안 된다.”

그가 주워 온 돌멩이를 흰 보자기에 싸면서 아버지가 말했다. 알고 보니 아버지는 학생들에게 돌멩이를 가져다주면서 그들과 한편이 되어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5공과 맞서 무수한 피를 흘린 광주 시민들의 참상은 한참 후에야 알려졌지만, 바로 그 역사적인 대규모의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을 때 아버지가 침통해하시던 모습만큼은 똑똑히 기억할 수 있다.

“한국아, 차마 눈 뜨고는 못 보겠더라잉. 아이를 가져 배가 만삭인 여자가 군인의 칼에 찔려 죽는 모습을 보니 그 한을 어찌 풀어야 할꼬!”

북채를 들어 북 가죽이 터질 정도로 쳐대는 아버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린 나이였지만 한한국은 안타까워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왜 세상은 서로 화합하지 못하고 싸우기만 하는 걸까, 하는 의문에 빠졌다.

“아버진 사람을 죽이는 그런 곳엔 가지 마세요. 무섭지라…….”

걱정스러운 마음에 말씀을 드렸더니 아버지도 한국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계셨다.

“한국아, 소리꾼과 고수가 함께 얼리듯 왜 인간은 서로 화합하지 못하고 저렇게 싸우다가 피를 흘리는지 모르겠구나!”

한한국·이은집 공저

▲ (한글)베트남 평화지도 World Peace Map- Vietnam 1994~2013 (약 8개월) ●제작목적: 세계평화와 베트남의 평화를 위한 ●작품크기: 2m90㎝ X 2m10㎝ ●서체: 한한국평화체 ●작품내용: 베트남의 문화역사, 평화의 시, 성경말씀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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