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자 박향 작가

▲ 박향 작가.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이길상 객원기자] 지난 3월 27일 ‘제9회 세계문학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의 주인공은 1억 원 고료의 대상은 받은 현직 초등학교 교사인 박향 씨였다. 그가 쓴 소설인 <에메랄드궁>은 변두리 허름한 모텔을 무대로, 변두리 삶의 욕망과 좌절, 아픔을 잘 보여줬다는 평가다. 박향 씨를 부산역 인근 찻집에서 만나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 어릴 때 꿈은 무엇이었나.
어릴 때의 꿈은 여러 번 바뀌었던 것 같다. 딱히 어떤 한 가지 꿈이 절대적이었다는 기억은 없다. 초등학교 때에는 친구들을 모아놓고 내가 지어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좋아했다. 친구들이 내 이야기를 매우 흥미 있게 들었던 기억이 있다.
중학교 때까지는 독후감이나 수필을 쓰기 좋아했고, 소설가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였다.

―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첫 소설을 완성했다. 원고지 60매가량의 분량이었는데, 완성해서 학생 잡지에 냈는데 떨어졌다. 불치병에 걸린 친구의 동생 이야기를 듣다가 소설로 꼭 쓰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시작하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가면서 신춘문예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 세계문학상 대상을 받은 소감은.
물론 무척 기뻤다. 당선소식이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아서 전화기를 몇 번이나 들춰보기도 했다. 세계문학상은 정체된 나 자신을 테스트해 보고 싶은 욕망에 투고한 것이었다. 작가로 데뷔한 지 20년이 되었지만 고여 있는 물 같다는 느낌을 늘 가지고 있었다. 수상은 새로 태어난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작품만으로 승부하고 싶어서 딸 이름으로 투고했다.
또한 지방출신 문예작가로서 이번에 큰 상을 받게 됐다. 여전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작품에 여념이 없는 지방 작가들에게 큰 힘이 됐으면 한다.

― <에메랄드 궁>은 심사위원으로부터 어떤 평을 받았나.
“인간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깊이 있는 시선과 맛깔난 문장으로 독자들을 매혹한다. 주변부 인생에 제 몫의 욕망과 고통, 삶의 환희를 분배하고 저 스스로 움직이고 말하게 함으로써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낸다. 균형 잡힌 서사와 빼어난 관찰력, 인간에 대한 애정이 돋보이는 소설이다”는 심사평이다.

 

▲ 제9회 세계문학상 대상을 받은 박향(오른쪽) 작가가 김병수(왼쪽) 세계일보 사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 박철)

― <에메랄드 궁>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나.
땅에 넘어진 아이는 땅을 원망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 다시 그 땅을 짚고 일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책 속의 인물들이 극단의 불행 앞에 섰을 때 다시 일어나는 있는 힘은 불행을 발판 삼아 일어서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그럴 수 없을 때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다. 길의 끝까지 가보지 않고 생을 포기하는 것이다.
끝까지 가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소설 속에 할머니가 연희(소설 등장인물)에게 그런 말을 한다.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지 않느냐고. 길 끝에 나를 기다리고 있을 희망을 보라고. 우리가 가는 길이 어떻게 잘 닦인 길만 있겠느냐고? 앞으로 혜미(소설 등장인물)가 걸어가야 할 길이 어떤 길일지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혜미가 제 앞에 놓인 그 길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걸어갔으면 한다. 진창길이라도 끝까지 걸어가라고 말하고 싶다.

― <에메랄드 궁>과 지금까지 써온 다른 작품과의 차이는 무엇인가.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늘 내 스타일대로 글을 써 왔는데, 이번 작품은 여러가지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나는 글을 쓰면 한 번에 쭉 써 내려가지 못한다. 일단 직업상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간을 두고 묵혔다가 다시 보는 편이다. 작품을 끝내고 나서도 퇴고를 하고 다시 기간을 두고 읽어보고 퇴고를 한다. 시간을 두고 보면 오류가 보인다. 다른 작품도 마찬가지였다.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에메랄드궁>은 퇴고의 시간이 길었다. 시간이 오래 걸렸고, 많은 시간 동안 묵혔다.

― 소설을 쓰면서 힘든 점과 보람된 일은.
제일 힘든 점은 당연히 시간이다.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글을 쓸 시간을 확보하기가 힘이 든다. 집에 가면 집안일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글을 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나마 담임을 하고 있지 않아서 오후에 업무가 끝나면 시간이 조금 남는 편이다.
보람된 일은 이렇게 작품에 대한 성과를 볼 때이다.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을 때는 정말 기쁘다. 아이들이 엄마를 자랑스러워할 때 기분이 좋다.

― 앞으로 어떤 작품을 쓰고 싶은가.
살아가는 이야기다.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 생각하는 이야기, 책장을 넘기면서 다시 앞장을 살펴보고 생각해 보는 이야기지만 재미있고 흥미로우며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 하고 싶은 말.
지금 직업이 초등학교 교사이다. 책을 읽으신 독자들 몇 분이 초등학교 교사가 모텔에 관해 써도 되느냐고 묻는다. 이것은 초등학교 교사가 쓴 소설이 아니라 소설가 박향이 쓴 소설이다. 초등학교 교사는 이 소설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았다. 작가의 작품으로만 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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