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현충일 행사 무의미하게 여겨”

▲ 국가보훈처가 6일 오전 10시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제 58회 현충일 추념식’ 행사를 개최한 가운데 현충원을 찾은 유족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이순옥(77, 남,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씨는 현충원을 찾을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현충원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점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씨는 “6.25참전용사인 형이 잠들어 있어 손자들과 매년 현충원을 방문한다”며 “예전에는 고인의 아버지와 형제, 친척들이 현충원을 방문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현충원이 썰렁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주위를 둘러보면 고인의 묘 앞에 꽃이 없는 경우도 많다”며 “대가 끊긴 고인도 있지만, 순국선열의 영혼을 기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 후손들이 찾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어 마음이 아프다”고 지적했다.

강지혁(79, 남,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 씨는 월남전에서 전사한 동생을 보기 위해 홀로 현충원을 찾았다. 강 씨에게는 두 아들이 있다. 하지만 모두 일을 하느라 바빠서 같이 올 수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

강 씨는 “동생은 미혼으로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했다. 내가 아니면 아무도 찾아올 사람이 없다”며 “살아 있는 동안에는 현충원에 찾아올 거지만, 내가 죽고 나면 누가 동생을 보러올지 벌써 걱정된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순국선열들의 영혼을 기리는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피부로 느끼는 세대가 줄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현충원에 따르면 1990년대의 한해 방문객 수는 200만 명에서 2008년에는 98만 명으로 감소했다. 2009년 이후 방문객 수가 늘어나 2011년 257만 5603명, 2012년 303만 2882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방문객 수 증가는 현충원의 추모사업 확대 및 시설 개선, 각종 문화행사 등의 영향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관공서나 학교 등의 단체 방문으로 방문객 수가 증가했지만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이들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충일인 이날도 ‘제58회 현충일 추념식’ 행사를 위해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한 시민은 많았지만, 묘비 주위는 시간이 지날수록 썰렁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순국 선열한 고인의 묘를 끝까지 지키는 이들은 60대 이상의 노인들뿐이었다.

이동원(67, 남,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씨는 “친구, 선배 등 많은 사람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순국했다”며 “전쟁을 겪은 세대는 순국선열에 대한 감사함을 피부로 절실히 느낀다”고 말했다.

이 씨는 “하지만 젊은 세대는 행사에 대한 형식적인 모습만 있는 것 같다”며 “단체 등에서 현충원을 많이 방문하지만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고 가는 것을 종종 목격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방문객들은 국립묘지에 올 때 진심으로 영령을 추모하는 마음 자세를 지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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