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 앞에서 ‘라오스 탈북 청소년 9명 강제북송 규탄집회’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라오스에서 강제 북송된 탈북 청소년들이 내 자식 같아서 가슴이 미어집니다.”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앞에서 만난 탈북자 김미순(가명, 여) 씨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라오스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오려다 북송된 탈북 청소년들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김 씨의 아들도 지난해 라오스에서 강제 북송됐다. 현재 아들의 생사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김 씨는 “아들과 함께 밥도 먹고 재밌는 이야기도 나누며 살고 싶었다. 그저 평범한 엄마이길 바랐다”며 “하지만 이젠 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됐다”며 아픈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 씨는 “지난해 8월에 탈북자들이 강제 송환될 때 그것이 마지막이길 바랐다”며 “하지만 이번에 또다시 아들 같은 아이들이 무서운 곳(북한)으로 끌려갔다”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정부는 제발 우리 아이들을 살리는 데 모른척 하지 말아 달라. 탈북 청소년들도 한국의 자녀다”라고 말했다.

탈북자 박지영(가명, 50, 여) 씨는 지난 2004년 베트남을 거쳐 한국에 들어왔다. 박 씨는 북한에 두고 온 아이들을 데리고 오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아이들의) 탈북 과정에서 북한 감시자가 붙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아이들이 정치범수용소에 갇혔다는 소식을 듣게 된 순간 하늘이 새하얘졌다”며 “그날 이후 눈물로 지새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북한에서는 ‘한국이 납치한 아이들을 장군님(김정은) 품으로 데리고 왔다’며 선전용으로 (탈북 청소년들을) 이용할 것”이라며 “정부는 앞으로 일어날 상황을 잘 대처해야 하며, 탈북 청소년들을 구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라오스에서 강제 북송된 탈북 청소년 소식을 접한 탈북 여성들의 심정이다. 탈북 여성들은 이른바 ‘꽃제비’로 불리는 탈북 고아 9명을 마치 자신이 배 아파 낳은 자식처럼 여기고 있었다. 부모된 입장으로서 자유를 찾아 북한을 탈출한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통일부 산하 기관인 통일교육원이 최근 발표한 ‘북한이탈주민 현황’에 따르면 현재(2012년 10월 입국자 기준)까지 탈북자는 2만 4201명으로 조사됐다. 이 중 20세 이하 탈북자는3834명으로 전체의 16%를 차지하고 있다.

탈북자는 중국 몽골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등의 탈북 루트를 이용하고 있다. 이번 라오스 사태와 같은 강제 북송을 고려하면 실제 탈북을 원하는 청소년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탈북을 시도하다 강제 북송될 경우 탈북자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을 받는다는 것이다. 북한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탈북자가 압송되면 고문, 강제노동, 정치범수용소 수감 등의 탄압을 받는다고 밝혀왔다.

이렇다 보니 최근 탈북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자유총연맹은 4일 ‘탈북 청소년 강제북송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라오스가 강제북송과 같은 반인륜적 행위를 멈추지 않는 것은 스스로 반인권국가임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라오스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보호에 앞장서고 탈북자 강제 북송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유와 인권을 위한 탈북자연대’를 포함한 시민단체도 5일 외교부의 소극적인 대응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대는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인권법제정 촉구 ▲외교통상부의 사과 및 라오스대사관 문책 ▲한국대사관 직원의 인격과 능력 재검토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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