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제아동절(6월 1일)에도 ‘어린이 사랑’ 강조

▲ 북송 탈북청소년 중국서 단란했던 모습 (사진출처: 연합뉴스)

북송 탈북 청소년 활용한 예상 선전 시나리오
“그동안 방랑해보니 사회주의만한 게 없다”
“직접 비행기 보내 납치된 아이들 구출했다”

[천지일보=김예슬, 장수경 기자] 강제 북송된 지 일주일째에 접어들었다. 인권단체들은 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정은이 ‘어린이 사랑’을 강조할 수 있는 달이 6월인 만큼 이들을 고문하거나 처형하지 않고, 포섭해 체제 선전용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압박을 강화해 이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데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남북희망연대 조수아 대표는 “같이 핍박할 가족이 있는 일반 성인이면 몰라도 꽃제비(탈북 고아) 아이들은 북송해도 북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북한이 직접 라오스까지 가는 등 돈을 들여 아이들을 북송한 것은 이들을 선전용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대북매체인 자유북한방송도 3일 ‘평양 소식통’과의 통화내용이라며 “탈북청소년들은 순안초대소에 도착했다. 북한은 이들을 체제 선전에 활용하기 위해 사상 교화작업을 벌이고 있다”면서 “이미 ‘선전용’으로 계획된 것인 만큼 아이들을 처벌하거나 교화소(교도소)에 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 9명에 대한 조사와 기자회견 준비가 끝나면 아마도 6일 소년단창립절을 맞아 언론에 내세워 체제선전에 활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에는 ‘국제아동절(6월 1일)’이 있다. 이날은 남한의 ‘어린이날(5월 5일)’과 비슷하다. 소년단 창립기념일(6월 6일)은 북한에 있는 또 하나의 어린이 날로 만 7~14세 학생을 위한 날이자 김정은에 대한 북한 소년단의 충성 대회가 열리는 날이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어린이 사랑’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이번에 북송된 청소년에게 극단적인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 이유는 다소 젊은 층에 속하는 김정은의 체제를 떠받칠 세력은 현 어린이들이고 이들은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만큼 어렸을 때부터 당에 대한 충성도를 얼마든지 높일 수 있기 때문이란 관측에서다.

조 대표는 “북한 주민은 언론을 접할 수 없다보니 바깥 상황을 잘 모른다”면서 “북송된 아이들이 방랑경험을 들어 사회주의를 찬양하는 말을 한다면 현재 북한에 있는 120만 명의 아이들은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권단체는 아동절과 이번 탈북 청소년 북송이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면서도 이들이 선전용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데는 공감했다.

장철봉 평화의집 원장은 “‘미국과 남한이 어린 청소년까지 납치하고 있다. 이번에는 김정은이 직접 비행기까지 보내 이들을 구출했다’는 식의 선전 내용도 추측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와 한국대사관 측의 대응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장 원장은 “예전에 다른 탈북자들을 도우면서 해외 외교관을 직접 접해봤지만 인권존중에 대한 인성교육이 안 돼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하태경의원실과 북한인권개선모임도 3일 서울 정동 달개비 레스토랑에서 ‘한국대사관의 탈북자 외면과 방치 사례’를 발표했다.

이들은 “라오스 등에서 탈북자들이 방치됐던 적은 한두 번이 아니다”면서 “이번에도 (탈북자를 도왔던) 북한 인권단체와 대사관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 태국은 행정요원이 있어서 국경을 넘으면 바로 인계가 가능하지만 라오스는 정보원이 1명이다”면서 “결과적으로 북한인권법이 통과돼야 이러한 부분을 보완해나갈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조 대표는 “한국대사관의 반응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태까지 라오스를 통해 탈북한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이번 문제의 책임을 이들에게만 돌릴 수 없다”면서 전문 브로커 부재를 지적했다.

그는 “탈북을 돕는 것은 마음만으로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전문 브로커가 필요하다. 이들은 이미 (탈북) 경험을 해봤고 일정 비용을 받고 하기 때문에 책임감이 더 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이 문제를 놓고 국제사회가 북한에 압박을 가하는 것은 이들 인권단체가 전적으로 공감한 부분이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북한이 국제사회와 담을 쌓고 살아서 반응을 안 할 것 같지만 아니다. 한 예로 지난해 ‘통영의 딸’과 관련해서 북한에서 신숙자 여사와 두 딸의 생존여부를 답해준 적이 있다. 유엔의 절차에 따라 이번에 북송된 아이들의 생존 여부를 묻는다면 북한이 느끼는 외교적 압박은 클 것이고, 그만큼 아이들은 북한에서 더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도 “김정은이 유학파인 만큼 외부 반응과 상황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국제사회의 관심과 압박이 곧 이들 청소년의 안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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